[홍&장의 명품이야기]'까르띠에' 77년 된 세겹반지 젊음의 상징

  • 입력 2001년 4월 12일 18시 47분


프랑스 파리의 ‘플라스 방돔’ 광장은 리츠 호텔과 세계적인 보석브랜드가 모여있다. 세계에서 가장 ‘호사스런 터’. 이곳에서 처음 만난 ‘까르띠에’(Cartier)’는 보석이라기보다 장식품이라는 형식을 빌어온 예술이라는 느낌이었다.

치밀한 구조와 화려한 장식성을 자랑하는 보석의 명품 까르띠에는 1847년 설립자 ‘루이 프랑소와 까르띠에’부터 시작됐다.

유럽의 명품들이 흔히 그렇듯 150여년이 넘도록 가족과 후손들에 의해 계승,발전되면서 보석장신구 비즈니스의 선두기업으로 자리잡았다.

2차 세계대전은 패션산업의 획기적 전환기. 상류층은 더욱 호화롭게, 일반대중은 한층 실용적으로 갈라섰다. 이런 흐름속에서 서양인들은 동양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까르띠에는 이런 조류를 읽어냈다. 중국 일본 인도 이집트 등 동양과 아프리카의 모티브를 살린 ‘아르데코’ 작품들을 다수 선보였다. 유럽 왕족들의 왕관과 장신구를 도맡아 제작함으로써 ‘왕들의 보석세공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까르띠에의 성공에는 ‘쟌느 투상’이라는 걸출한 디자이너를 빼놓을 수 없다. 디자이너 ‘코코 샤넬’의 친구였으며 ‘팬더’라는 별명을 가졌던 그는 에나멜로 보석에 색을 입히고 보석원석을 조각해 탁상시계를 만들어내는 등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이 브랜드에 예술적 깊이를 더했다.

그녀의 별명을 딴 표범모양의 팬더 장신구시리즈는 까르띠에의 명품 컬렉션 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유명한 까르띠에의 ‘세겹반지’는 1924년 태어났다. 사람으로 치면 일흔일곱의 나이를 가진 노인인 셈이지만 아직도 사랑스런 젊음의 반지로 기억되고 있다.

보석 디자이너인 필자도 언젠가 까르띠에같은 명품을 빚어내길 꿈꾼다. 남녀가 함께 끼는 ‘커플반지’를 처음 내놓고 이 개념이 세계인의 것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순간 기운이 빠져버릴 때가 있다. 국내 유명백화점 보석상에서 내 작품을 베낀 보석을 발견했을 때가 그런 순간이다. 디자이너의 ‘창의’를 인정해주는 사회가 까르띠에같은 명품을 낳는다.

장 현 숙(보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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