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뒷북치는 '日교과서' 외교

  • 입력 2001년 4월 10일 18시 48분


정부가 일본의 중학 역사교과서 왜곡과 관련해 최상룡(崔相龍)주일대사를 소환했다. 일본을 압박하고 한편으로 국내 여론을 무마하는 외교적 강수(强手)를 구사한 것이다. 일본의 빗나간 역사 교과서가 재수정되고 바로잡히지 않으면 한일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렁으로 치달을 가능성조차 있다. 일본은 ‘소탐(小貪)’에 집착하다 총체적으로 한일관계를 손상하는 ‘대실(大失)’의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정부도 그동안 판세를 정확히 읽지 못하고, 미지근하게 대응해오다 국회와 언론의 채근과 질책에 따라 뒤늦게 대사 소환을 하는 등 부산을 떠는 인상을 주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언론의 거듭된 촉구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대처’만 고집하다가 뒤늦게 악화된 여론에 떠밀려 강경하게 나서는 식의 ‘뒷북치기 외교’를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배경에 98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일 때 나온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틀이 작용했다고 본다. 외교통상부가 지나치게 거기 얽매여 일본에 따지고 고쳐야 할 것을 다잡지 못해온 측면이 보이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이 먼저 파트너십을 지키지 않기로 작정하고 배신하는 판에 우리만 거기에 연연해 왔던 것이 아닌가 묻고 싶다. 공동선언은 양방이 존중하고 지켜나갈 때만 유효한 것 아닌가.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놓고 최근 도쿄대의 사카모토 요시카즈(坂本義和)명예교수도 ‘일본측의 공동선언 정신과 신뢰를 뒤집는 국제적인 배신행위’라고 통박한 바 있다. 당시의 공동선언 배경은 한국측이 ‘악순환 청산을 위해 일본이 과거청산을 자발적으로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구체적인 문제로 사죄를 요구하지 않은 것’이고 일측이 ‘통절한 반성과 함께,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역사 인식을 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선언함으로써 성립된 것인데 일측이 약속을 파기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외교부는 이러한 일본의 배신행위에 단호하지 못했다. 일본의 지식인과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침략의 유전자’를 대물림할 것이냐고 따지는 판에 피해자인 한국의 정부가 취한 ‘저자세’는 딱할 정도였다. 국회와 야당에서 중국의 항의 수준과 비교해 질타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가능한 수단과 노력을 총동원해 일본으로부터 교과서의 왜곡 기술에 대한 재수정을 받아내야 한다.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올바른 한일관계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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