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주한 미국대사

  • 입력 2001년 4월 8일 18시 55분


1949년 4월 21일자 동아일보는 초대 주한 미국대사인 존 무초의 취임 기사를 1면에 크게 실었다. 동아일보는 ‘한미 우호관계 더욱 견고’ ‘무 대사 신임장 봉정식, 작일 대통령실에서 거행’이라는 제목의 머리기사와 무초대사의 봉정사, 이승만대통령의 축사, 신임장 내용, 무초대사의 경력, 그리고 봉정식에 참가한 미국 대사관 직원 명단까지 자세히 실었다. 당시 신임 미국 대사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어떤지 잘 보여주고 있다.

▷무초대사로부터 올 2월 이임한 스티븐 보스워스대사까지 주한 미국 대사를 역임한 인사는 모두 17명. 이들이 지난 반세기 우리의 정치에 미친 영향은 더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6·25전쟁, 4·19혁명, 5·16쿠데타, 유신, 10·26과 5공 정부의 등장 등 숨막히는 우리의 현대사 이면에는 항상 주한 미국대사의 막강한 영향력이 작용한 게 사실이다. 그들은 독재 권력에 압력을 넣어 한미관계에 파고가 일게 하기도 했고 그 독재 권력을 추인 보증해 주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주한 미대사가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던 시절도 있었다. 그의 미 행정부 내 직위는 대개 우리의 국장급이거나 그보다 한 단계 높은 급이었지만 우리 대통령도 그의 눈치를 봐야 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한미관계가 대등한 관계로 발전함에 따라 그 같은 미대사의 역할도 점차 실무형으로 바뀌고 있다. 그의 ‘정치적 입김’은 축소되고 미 대사관의 역할도 경제나 민간 부문을 중시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최근의 남북한 및 미국의 3자 관계는 이러한 주한 미대사와 대사관의 역할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남북한관계의 발전과 부시행정부의 등장으로 한반도 주변에는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중이다. 힘을 바탕으로 하겠다는 부시행정부의 외교가 우리에게 무슨 바람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미 국무부 내에서 한반도 전문가로는 최고참격인 토머스 허바드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가 주한 미국대사로 유력시된다는 보도다. 누가 신임 대사로 부임하든 한미관계의 과거와 오늘을 통찰하고 한반도의 내일을 내다보는 안목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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