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춘향과 몽룡 3색 사랑 춤으로 본다

  • 입력 2001년 4월 8일 18시 36분


한국의 영원한 고전 춘향전을 무용극으로 만든 국립무용단의 ‘춘향전’이 20일부터 공연된다. 춘향과 몽룡 두 연인의 애끓는 러브 스토리는 연극이나 영화를 통해 수없이 다뤄진 테마. 이번 무용극의 흥미로운 점은 춘향과 몽룡 커플을 각기 다른 무용수로 세 쌍이나 등장시키는 것. 이들 세 춘향 커플을 통해 봄 가을 겨울 등 계절과 이에 따른 춘향의 내면적 변화을 표현하게 된다.

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연습실. 목에 긴 칼을 두른 채 감옥에 갇힌 춘향의 회상 장면을 연습중이다. 봄을 상징하는 춘향 몽룡 커플(장현수 윤상진)의 화사한 춤에 이어 정이 깊어진 가을(김미애―우재현), 이별의 그리움이 묻어나는 겨울(옹경일 김윤수) 커플의 춤이 이어졌다. 세 쌍의 춤을 통해 만남과 이별, 그리움으로 이어지는 두 연인의 복잡미묘한 심경이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이 작품은 국립무용단의 81번째 정기공연. 전통 춤이 아니라 현대무용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역동적인 춤 세계를 추구해온 배정혜 국립무용단 단장이 안무를 맡았고 연극계의 중진 오태석이 연출에 가세했다.

배단장은 “춘향과 몽룡의 사랑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점에서 고전에 충실한 반면, 이 사랑을 세가지 색깔로 다뤘다는 점에서 현대적 해석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3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구체적인 장면은 기존 작품들과 상당히 다르다. 변사또의 수청을 거부한 춘향이 동헌에서 볼기를 맞는 부분은 변사또에게 낙점되지 못한 기생들이 춘향을 괴롭히는 것으로 달리 표현된다.

또 물동이춤 바구니춤 죽비춤 제웅춤 등 당시 풍습을 살린 30여가지의 창작 춤이 선보인다. 2막 과거 시험장에서는 전국 팔도의 춤이, 3막 변사또의 생일 잔치와 어사 출두 장면에서는 힘있는 남성 군무가 펼쳐진다.

91년 ‘떠도는 혼’을 시작으로 배단장과 4번째 작업을 하게 된 오태석은 “스토리를 아는 관객들이 코믹하면서도 의외성있는 연출로 장면마다 깜짝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창 안숙선이 월매로 출연해 창을 들려주며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창극단 단원들도 참여했다.

국립극장은 이 작품을 고정 레퍼토리로 개발하는 한편 북한 ‘춘향전’과의 교류 공연도 시도할 예정. 공연은 25일까지 평일 오후 7시반, 주말 오후 4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만∼3만원. 02―2274―3507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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