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단백질이 노화촉진 '활성산소' 분해

  • 입력 2001년 4월 6일 18시 39분


단백질이 노화를 촉진하고 각종 병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감지해 분해하는 메커니즘을 국내 학자가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로써 인체 내에 축적된 활성산소를 분해해 암, 치매의 발병률을 낮추고 노화를 늦출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류성언(柳誠彦) 박사팀은 몸에 나쁜 활성산소를 분해하도록 뒤에서 조종하는 대표적 조절단백질인 ‘옥시―R’가 활성산소를 만나면 입체적으로 구조가 바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메커니즘은 ①옥시―R가 활성산소를 감지해 ②유전자에게 항산화효소를 만들도록 지시하고 ③항산화효소가 활성산소를 분해하는 단계를 거친다.

류 박사팀은 옥시―R를 구성하는 아미노산 가운데 하나인 시스테인 아미노산 잔기가 활성산소가 없는 상태에서는 서로 떨어져 있다가 활성산소가 들어오면 길쭉한 구조의 양쪽 끝에 있는 황원자가 붙어 단백질 구조가 용수철처럼 꼬여 항산화효소의 생성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 분야에서 논문인용지수가 가장 높은 학술지인 ‘셀(Cell)’지 6일자에 게재됐다.

과학자들은 장기간에 걸쳐 산화력이 높은 활성산소가 축적되면 단백질이나 DNA의 특성을 변화시켜 암을 유발하거나 노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류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세포기능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스위치단백질을 설계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박사팀은 또 다른 조절단백질인 열충격단백질―33의 입체적인 구조도 규명해 관련 논문을 네이처 구조생물학지에 게재할 예정이다.

:활성산소: 산소는 세포의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에서 포도당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산소가 정상적으로 반응에 참여하지 못하고 산화력이 높은 전자를 띤 채 미토콘드리아 밖으로 나오면 인체에 유해한 활성산소가 된다. 활성산소는 대기를 통해서도 일부 유입된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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