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국 정당정치의 이해

  • 입력 2001년 3월 30일 18시 54분


◇'정당'을 알면 '정치'가 보인다

김용호 지음/ 520쪽/ 2만원 /나남출판

“우리나라의 정당정치는 다당주의도 일당주의도 아닌 ‘제한적 정당다원주의’입니다. 제한적 정당다원주의는 다당주의의 민주적 요소와 일당주의의 권위적 요소가 혼합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형태입니다.”

한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제까지 정당정치 연구자들이 이런 한국 정당정치의 현실에 대한 ‘참여 관찰’도 없이 서구의 이론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아니면 이론적 바탕 없이 역사적 사실만 나열해왔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한국 정당의 특성으로 인물 중심, 엘리트 중심, 지역색을 든다. 정당의 발생 운영 소멸이 모두 한 두 사람에 의해 결정되고,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중앙집권적으로 운영되며, 지역패권주의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는 현행 정당 관련법 때문에 지역패권주의가 사라진 후에도 지역주의가 지속될 가능성이 많아요. 총재의 재량권에 의존한 하향식 공천제도도 그렇지만, 당에 대한 지원금의 대폭 증가도 한 요인이 될 겁니다. 지원금은 당 총재나 측근이 마음대로 사용해도 막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이런 인물 중심의 정당정치 하에서는 여러 정당이 정권을 공유하는 분점정부 형태를 인정하는 풍토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분점정부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편의주의와 권력욕에 따라 1990년 3당 합당과 같은 무리한 이합집산을 하거나, 상대당 국회의원을 빼오는 극단적 경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김 교수는 분점정부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 세 가지를 제시한다.

그것은 정당활동이 당원 중심에서 지지자 중심으로,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원외 중심에서 원내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 역시 한국 정치에 대한 ‘참여 관찰’이라는 점에서 아직 미흡함을 저자도 인정한다.

하지만 저자는 “한국의 정치풍토에서 왜 제한적 정당다원주의 같은 독특한 형태의 정치형태가 자리잡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리학 또는 인류학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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