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E=mc2

  • 입력 2001년 3월 30일 18시 52분


◇하나의 공식이 세상을 바꿨다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397쪽 1만3000원 생각의나무

영화배우 카메론 디아즈가 한 잡지사 기자의 인터뷰를 하던 중 있었던 일. 인터뷰를 마친 뒤 디아즈는 갑자기 궁금한 표정으로 기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E〓mc²이 도대체 무슨 뜻이죠?”

사람들은 너무나 고차원적인 과학이론을 순진한 여배우가 물어보았다는 사실에 코웃음을 칠지도 모든다.

그러나 속으로는 그들도 모두 디아즈와 똑같은 의문을 지닌 수많은 ‘디아즈’들이다. 우유상표로까지 쓰이는 그 이름, 머리가 좋은 사람의 대명사, ‘아인슈타인’이 만든 이 이 위대한 공식의 의미를 안다면, 우주자연의 본질을 한자락쯤은 볼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저자는 바로 이 점에서 출발한다. 너무나 중요해서 너무나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는 이 공식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이야기로 들려주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된다’는 우이독경식의 동어반복으로 시작하지는 않는다.

E가 에너지(Energy)를 뜻한다는 것과 m이 질량(mass)을 뜻하고, c는 속도를 뜻하는 영어 단어 ‘celerity’에서 왔다는 것부터 이야기한다. 또한 그 속도는 빛의 속도라는 것을 세심하게 설명한다. 심지어 그는 가운데에서 좌우 항을 연결해주는 ‘〓’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까지 설명한다.

하지만 “에너지는 질량과 광속의 제곱을 곱한 양과 같다”고 말한다고 해서 여배우는 금방 알아들을 수 없을 것이다. 일반 사람들에게 여전히 공식은 암호문 같다.

그래서 저자는 이 암호문 같은 공식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그림으로 만들기 위해 역사를 끌어들인다. 저자를 따라 과학사의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공식은 어느새 수많은 등장인물들과 이야기가 펼쳐지는 화려한 색상의 사실화로 변한다.

하나의 공식을 통해, 원자폭탄이 만들어지던 2차대전 시기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를 여행하고, 히로시마의 상공에서 원자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하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또한 태양을 비롯한 우주의 별들이 그 공식으로 인해 빛을 발하고,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는 블랙홀도 그 식으로 인해 설명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하나의 공식이 자연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설명하는지 놀라게 된다.

저자를 통해 우리는 또한 수많은 과학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게 된다. 사랑과 질투와 음모와 배신에서 과학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마라의 미움을 산 라부아지에는 단두대에서 처형되고, 샤틀레 부인이 연인 볼테르의 깊은 슬픔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소설보다 더 감동적이다.

이 책은 간단한 수식 하나가 가장 복잡한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기적을 만드는 과정을 수 많은 인물과 사건의 역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서양과학사 300년을 아우르는 E〓mc²의 전기(傳記)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가장 선구적인 천체물리학자로 인정받는 스티븐 호킹은 그의 책 ‘시간의 역사’에서 일반 독자들이 어려워하는 수식을 절대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힌다. 하지만 그는 그 결심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단 한 줄의 수식을 쓰고 말았다. 바로 E〓mc²이었다. 호킹도 피하지 못한 E〓mc²을 우리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전 용 훈(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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