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후협약' 깬 미국 이기주의

  • 입력 2001년 3월 30일 18시 43분


유엔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다음 세기에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3∼11도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평균 기온이 3도만 올라가도 미처 예상치 못한 격심한 생태계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진행중이다. 빙하가 녹아내려 바다 수면이 높아지고 있으며 계절도 불규칙하다.

각국의 산업화와 함께 지구온난화의 재앙이 현실로 나타나자 유엔은 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환경회의를 열고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했다. 석유나 석탄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가자는 것이 협약의 핵심이다. 이어 97년 일본 교토(京都)에서 38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한 교토의정서를 채택했고 83개국이 여기에 서명했다. 그러나 각국의 비준이 늦어져 아직 발효는 안 된 상태다.

그런데 엊그제 미국이 돌연 교토의정서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세계적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반발이 거세 외교 통상마찰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는 국제적 노력을 물거품으로 돌리려는 미국의 시도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대상에서 빠져 교토의정서의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협약을 파기했지만 사실은 경기침체를 의식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교토의정서대로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2년까지 90년 대비 7%를 줄이려면 기업들이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되고 이 때문에 경기가 장기불황에 빠질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5%를 내뿜고 있는 미국이 국제조약상의 감축 의무를 저버린 것은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아닐 수 없다. 미국처럼 세계 각국이 자신들의 국익에만 매달릴 경우 인류가 어떤 재앙을 맞을지 모를 일이다.

미국도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시 행정부가 올해 안에 새로운 기후협약을 제안할 것이라는 보도다. 유럽연합 등은 미국의 이행 여부에 관계없이 기존의 협약을 밀고 나가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다.

결국 한국 중국 인도 멕시코 등 개발도상국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대상에 포함시켜 자국의 감축 비율을 낮추려는 미국의 의도가 어떤 식으로든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도 이런 움직임을 주시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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