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호는 ‘평화’ ‘세계’라는 뜻에 어울리게 활용됐다. 미르호에는 각국 우주비행사뿐만 아니라 민간인도 다녀갔다. 27개국에서 설치한 수많은 장비를 통해 이뤄진 우주 공간에서의 과학적 실험은 2만3000여건이나 됐다. 미르호에서는 1993∼94년 발레리 폴랴코프가 438일간이나 거주하는 최장기 우주 체류 기록이 세워지기도 했다. 미르호는 또 세계 16개국이 참여하는 국제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의 초석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르호의 운명은 그다지 평화롭지 못했다. 도킹 사고, 산소 재생기 폭발사고, 컴퓨터 고장으로 인한 표류, 통신 두절, 다른 우주선과의 충돌 위기 등 사고가 잇따랐다. 한해에 2억5000만달러(약 32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유지 비용도 미르호에는 큰 문제였다. 특히 미르호는 구 소련 붕괴 후 러시아가 재정에 어려움을 겪음에 따라 폐기와 소생을 오락가락했다. 미국 항공우주국에 임대되기도 했고, 미국 기업의 자금 지원을 받아 연명하기도 했다. 결국 미르호는 지난해 러시아의 안락사 결정을 받고 말았다.
▷미르호가 15년 활동을 끝내고 23일 남태평양에 수장된다. 137t에 이르는 미르호는 대기권 진입시 대부분 소각되고 20t 정도의 파편이 떨어진다고 한다. 폐기 예정 수역에 가까운 뉴질랜드나 일본은 자칫 폐기 작업이 잘못돼 피해를 보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 미르호 폐기와 맞물려 우리나라 우주산업체는 지난주 미국 항공우주국으로부터 국제우주정거장에 부착할 장비 개발 능력을 인정받았다. 반가운 일이다. 2005년까지 전남 고흥에 우주센터를 건설해 소형 위성을 발사한다는 정부의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됐으면 좋겠다.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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