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은 불안하다

  • 입력 2001년 3월 20일 18시 51분


건강보험의 재정 파탄은 준비 없이 강행한 의약분업의 결과이다. 정부 여당이 책임을 질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 내에서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 논쟁이 한창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의약분업은 내 책임이 크다”고 했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두 번에 걸쳐 어이없이 속았다”고 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장관한테 속았다는 것이다. 한번은 의약분업 시행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에 속았고 두 번째는 분업 시행과 관련하여 추가 경제적 부담이 없다는 보고에 속았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보험 재정 지출에 대한 억제 방안도 없이 의약분업을 실시한 행정부에 속았다고 복지부를 겨냥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분위기는 다른 것 같다. 최선정(崔善政) 장관은 의약분업으로 인한 보험재정 위기를 인정하며 해결 의지를 밝혔다고 하지만 복지부 공무원들은 “보험통합과 의약분업은 대선 공약 지키기 차원에서 정치권에서 결정한 일인데 복지부만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며 반발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 내에서 일고 있는 논쟁은 정책 검토, 결정, 시행이 따로 놀았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의약분업은 재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재정경제부나 기획예산처 등과 충분히 협의했어야 하는데도 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있다. 의약분업 시행에 따른 추가부담이나 의약 담합 같은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의 대책이나 예측이 오락가락한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정책이 흔들리면 국민이 불안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국민은 의약분업이나 건강보험 재정 위기 외에도 불안하고 혼란스럽게 느끼는 게 많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신공항 개항이나 교육 붕괴 및 새만금 사업에 대한 정책 결정이나 추진과정에 대한 불신 불안감도 적지 않다.

정부 여당은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정책의 실패를 계기로 책임소재를 철저히 규명하는 한편 모든 정책결정 과정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 여당은 우선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타개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보험료 인상, 국고 추가 지원, 금융권 단기 차입, 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한 체납금 징수 및 보험공단 구조조정 등 갖가지 방법이 연구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새로운 대책이나 정책이 분명한 원칙 아래 투명하게 결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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