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순의 대인관계 클리닉]"칭찬에 약해서…"

  • 입력 2001년 3월 13일 18시 47분


30대 중반의 김미진씨. 그녀는 칭찬에 몹시 약하다. 칭찬에 약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그 정도가 지나치니 문제다. 며칠 전에도 봄옷 한 벌 사러 나갔다가 큰 낭패를 겪었다. 역시 옷가게 점원의 입에 발린 칭찬이 발단이었다. “사모님, 정말 잘 어울리세요. 피부가 하얘서 어떤 옷이든 다 어울리지만 이 옷을 입으시니까 정말 카탈로그에 나오는 모델 같으시네요” 등등.

늘어지는 칭찬을 듣고 있다보니, 그 옷을 안 사면 점원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점원의 권유에 그냥 한번 입어나 볼까 했던 건데, 일이 수상하게 돌아간 것이다. 더구나 값도 예산보다 두 배나 비싸지 않은가. 생각은 ‘이게 아니야’ 싶은데 문제는 말이 먼저 나온다는 거다.

“싸주세요. 카드도 되죠?”

시장에 가도 가게 아줌마가 “사모님, 오늘 따라 더 화사하시네. 아유 난 세상에서 팔자가 사모님 같으면 내일 죽어도 좋을 거야” 운운하면,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이것저것 더 사 가지고 나온다. “내 팔자가 어떤데?” 하는 생각은 그 순간에는 떠오르지도 않는다.

“정말 병인 것 같아요.” 그녀의 말이다. “누가 조금만 칭찬해주면 어쩔 줄 모르며 나도 모르게 그 사람 비위를 맞추게 되니 말예요.”

사람들은 누구나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것은 거의 본능과 같다. 머슬로라는 심리학자는 그런 본능을 아예 제3의 욕구라고 규정하고 있다. 의식주에 대한 욕구, 안전에 대한 욕구 다음으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칭찬받고자 하는 욕구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날 칭찬하는데 기분 나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정도를 지나쳐 김미진씨처럼 자기를 칭찬해주는 사람의 마음을 거슬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 그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대개는 자신도 의식하고 있지 못한 열등감, 낮은 자존심이 문제이다.

자신은 그런 칭찬을 받을 만한 사람이 못된다는 생각이 칭찬을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방해한다. 그것이 심해지면 나를 칭찬해주는 상대방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주는 만큼 당당하게 받자!” 이 익숙한 광고 카피는 때로 칭찬에도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비난에도 강해져야 하지만 칭찬에도 강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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