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문화유산 '간다라 유적' 한국 발굴작업 참여 '눈앞'

  • 입력 2001년 3월 7일 18시 34분


‘세계적인 불교 문화유산인 간다라 유적. 그 발굴에 도전한다.’

빠르면 올해말부터 우리도 파키스탄의 간다라 불교 유적 발굴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파키스탄의 간다라 불교유적을 답사하고 돌아온 문명대 동국대 교수(불교조각사)는 “우리가 발굴비만 제공하면 공동 발굴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파키스탄 정부와 주한 파키스탄대사관에서 간다라유적 발굴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대답을 받았기 때문에 공동 발굴은 성사단계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발굴 가능성이 높은 곳은 파키스탄 북부 스와트지역의 니지그람 불교 유적, 카니시카 대탑지로 알려진 샤지키데리 유적,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자하나바드 마애불 주변 등.

이 중에도 발굴 0순위 지역은 니지그람 불교 유적. 이 곳은 서기 1∼4세기경의 유적으로, 그동안 200여개의 불상이 발견됐고 높이 40m에 이르는 탑이 유명하다. 유네스코 지원으로 그동안 극히 일부만 발굴됐을 뿐 본격적인 발굴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유적이 계속 훼손되고 있다. 이는 파키스탄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 유네스코에 발굴비 지원을 요청했으나 이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문 교수는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발굴비를 지원하면 공동발굴은 확실하다. 발굴비는 수천만원이면 충분하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말한다. 문 교수는 현재 몇몇 학술재단과 발굴비 지원 문제를 협의 중이다. 발굴비 지원문제가 해결되면 빠르면 올해말 니지그람 유적 발굴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1차 발굴 예정기간은 12월부터 내년2월까지 3개월 정도.

공동 발굴이 성사되면 잇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 대승 불교 미술의 원류인 간다라 불교미술을 현장에서 연구할 수 있다는 점, 발굴 유물을 대여해와 국내에서 연구 전시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는 점 등.

특히 한국 고고학계 미술사학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의 해외 공동 발굴은 러시아 연해주의 발해유적, 몽골과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의 선사유적 발굴에 불과하다. 이를 계기로 국내 발굴에만 안주해왔던 ‘우물안 개구리식’ 발굴 풍토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파키스탄 간다라유적 공동 발굴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 뿐.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은 지난해 여름 간다라 불상 50여점을 발굴하는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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