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방관 현주소]‘火魔와 전쟁’ 한달 생명수당 2만원

입력 2001-03-05 18:51수정 2009-09-21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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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참사를 계기로 드러난 소방관의 근무환경이 그들 업무의 위험도와 하는 일 등에 비해 너무나 열악하다. 소방관들은 화재진압뿐만 아니라 긴급구조 구급후송 소방검열 제설작업 장마철 식수공급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일하지만 돌아오는 사회적 대가는 형편없다. 각종 관련 수치와 소방관들의 입을 통해 그들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인력부족▼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들어서는 구조조정으로 수를 더 줄여 우리나라 자체 ‘소방력 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한 적정인원(펌프차 1대에 6명)인 3만2133명에도 훨씬 못미치는 2만3154명(71%·2001년 1월 현재)이다. 소방관 1인당 국민수는 1980명으로 일본 841명(2.4배) 미국 208명(9.5배) 영국 942명(2.1배) 프랑스 247명(8배)에 비해 지나치게 부담이 높다.

이렇다보니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외근 소방관들은 24시간씩 근무와 휴식을 하는 2교대 근무형태로 일한다. 한명이 빠지면 본부 인력이라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 순직 소방관들이 소속된 서부소방서 직원들은 동료가 숨졌는데도 영안실에도 가지 못하고 소방서에서 대기했을 정도. 10년 경력의 한 소방관은 “겨울에는 하루평균 10회 이상 출동하는데 매일 전투를 치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장비부족▼펌프차 등 중장비는 그런 대로 괜찮으나 개인장비는 부족하다는 지적. 화재 현장에서는 시야확보가 필수인데도 우리 소방관들에게는 외국 소방관들에게 지급되는 적외선 투시경(고글)이 없다. 이번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 때도 순직소방관들은 고글은 물론 산소마스크도 끼지 않은 맨 얼굴로 불속으로 뛰어들었다. 경력 5년인 한 소방관은 “이번에 고글만 있었더라도 벽이 무너지는 것을 빨리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열악한 처우와 근무 환경▼2001년 봉급표를 기준으로 같은 직위인 소방사와 파출소 순경(3호봉)의 연봉 차이(2320원)는 별로 없지만 활동비와 시간외수당에서 큰 차이가 난다. 직위에 따라 월 17만∼30만원 정도다. 또 외근 소방관의 경우 2교대 근무로 월 평균 140여 시간 정도 시간외 근무를 하는데 실제 받는 수당은 75시간만 적용한다. 여기에 생명수당은 한달에 2만원에 불과하다. 한 소방관은 “매일 불속에서 싸우는 우리 생명의 가치가 한달에 ‘2만원’이라니 말이 되느냐”고 분개했다.

또 소방예산이 부족해 일선 소방서는 한겨울에도 오후 5시에 난방을 꺼버리는 실정. 이에 따라 야간 화재를 진압하고 돌아온 소방관들은 집에 돌아가서야 샤워를 해야하는 실정이다.

▼피해보상 미흡▼경찰관이나 군인은 근무 중에 다치면 지정병원에서 전액 무료 치료가 이뤄지지만 소방관은 일반병원에서 자비로 치료를 받은 다음 치료비를 환급받는다. 한 소방관은 “동료가 일하다가 어깨뼈를 다치는 부상을 당해 두달 정도 입원했는데 일부 항목은 보험혜택이 안돼 자비 부담이 800여만원이나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소방관들은 박봉을 털어 월 20만∼40만원씩 생명보험 등 각종 개인보험에 드느라고 가계 지출이 많다는 것. 한 소방관은 “위험에 처한 국민의 생명을 ‘물불 안 가리고’ 구해야 하지만 ‘다치면 나만 손해’라는 소극적인 의식이 깔려 있다”고 고백했다.

순직보상금도 1인당 5000만∼6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허문명·이완배·최호원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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