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시포커스] 국내증시에 부담스런 수출증가세 둔화

  • 입력 2001년 3월 2일 07시 56분


최근 발표된 국내외 경제지표는 국내증시로 시중유동성이 급격히 유입되기 힘들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여전히 수출증가세 둔화와 국고채 금리의 추가하락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2월중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135억1600만 달러 수입은 127억 4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흑자는 7억6800만 달러.

당초 기대보다 많다는 평가도 있지만 수출둔화세는 계속되고 있다.

즉 올해 1,2월 수출총액은 전년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수출이 급감한 4/4분기 성장률(6.8%)보다 낮다. 3/4분기 26.5%에 비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조선, 플랜트 등 전통적인 중화학산업이 선전하고 있지만 미국경기의 급랭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IT산업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 앞으로도 미국경제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수출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28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4/4분기 GDP성장률은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995년 2/4분기 0.8%이후 5년 6개월만에 최저치인 1.1%를 기록했다. 3/4분기 성장률(2.2%)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져 미국 경기가 급강하고 있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

특히 기업들의 재고투자가 595달러나 증가했다. 경제학자들은 분기당 재고가 200억달러 이하로 떨어져야 경기가 반등한다고 본다. 지난해 2/4분기 이후 재고가 급증하고 있어 한국의 대미수출에 부담스런 지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의 수출에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미국의 전자부품주문이 하락세를 지속하는 것도 수출에 적신호다.

1월달 신규주문량이 전년동기 대비 1.4%증가했다. 지난해 12월의 0.5%감소보다 3배이상 늘어났다. 미국 IT산업이 여전히 과잉설비투자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증거라고 골드만삭스증권은 지적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의 반도체와 전자부품 수출이 예상보다 더 부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출증가세 둔화는 국내 제조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나타나면서 주가하락을 가져온다. 또한 무역수지흑자 축소는 해외부분의 유동성 공급 감소를 의미하므로 국내증시의 매수기반을 축소시킨다.

2월 물가가 안정세를 보인 것도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오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2%상승에 그쳤다. 소비감소와 투자위축으로 1월달(1.1%)보다 상승률이 대폭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생산자물가지수도 전월비대비 0.2%상승에 그쳤다.

이 두 지표는 물가불안이 아직 우리 경제의 당면 현안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 국고채를 비롯한 채권금리의 추가하락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증시전문가들은 국고채 금리가 추가하락하는 동안 회사채나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1,2월에 확인된 것처럼 국고채 금리가 하향안정세를 보여야 회사채와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기 때문이다. 5.43%인 국고채(3년물)의 금리가 4.5%∼5%에서 안정을 보여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올 것이란 얘기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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