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힘의 외교

  • 입력 2001년 2월 28일 18시 46분


91년 1월 16일. 페르시아만을 항해하던 미국 순양함 ‘벙커 힐’이 이라크내 목표물을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 바로 이어 미 전함 ‘위스콘신’호도 토마호크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F15 이글기 수십대가 이라크 영공으로 들어갔고 미국 루이지애나의 박스테일 공군기지를 이륙한 B52 폭격기들은 공중급유를 받으며 페르시아만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걸프전이 막 시작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가 쓴 ‘사령관들’(1991년)이라는 저서에는 이 같은 작전 상황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우드워드 기자는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이 어느 참모보다 이라크에 대한 무력 공격에 적극적이던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당시 콜린 파월 합참의장은 무력 공격보다는 제재조치를 계속 강화해 나가자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그 승리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가장 큰 공적으로, 그리고 미국의 자존심을 채워주는 자랑거리로 얘기되고 있다.

▷이제 막 백악관의 주인이 된 그의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힘의 외교’를 강조하면서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를 추진하겠다고 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어쩐지 아버지와 아들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한 지 한달도 안돼 이라크에 대한 폭격을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약속 위반’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힘으로 응징하겠다는 자세다. 후세인정권은 도저히 그대로 둘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승리로 이라크의 수중에 있던 쿠웨이트가 해방된 지 10주년이 되는 2월 26일, 쿠웨이트 정부는 특별히 부시 전대통령을 초청한 모양이다. 그 자리에는 파월 국무장관 등 걸프전 당시의 미국측 주역들이 대거 참석해 10년 전의 승리를 자축했다고 한다. 현재 미 행정부에는 파월 국무장관 외에도 국방장관이던 딕 체니 부통령 등 걸프전 주역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 한반도 정책도 그들을 중심으로 형체를 갖춰가고 있는 중이다. 북한이 부시 행정부의 움직임에 각별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도 이해할 만하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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