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교가]알 라지 사우디 대사

  • 입력 2001년 2월 15일 18시 46분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이슬람을 연구하는 한국의 학자들을 초청했습니다. 사우디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양국간 교류를 강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양국은 바닥에 마주 앉아서 이야기하는 ‘방석 문화’인 점에서도 비슷합니다.”

살레 엠 알 라지 주한 사우디 아라비아 대사는 1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사관에서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양국간의 관계는 지금까지도 좋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이슬람교도의 5대 의무 중 하나인 ‘하지(순례)’에 참여하기 위해 메카를 찾는 사람이 매년 200만명이 넘는데 이중에는 한국인 신도도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알 라지 대사는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갈등의 핵심인 동예루살렘 문제와 관련해 “1967년 이스라엘이 점령한 이슬람교도의 제3 성지인 하람 알 샤리프 등이 있는 동예루살렘을 돌려주지 않고서는 평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1979년 평화협정을 맺은 것은 당시 이스라엘이 점령지를 다 돌려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제가 동예루살렘 등 중동평화 협상 문제로 들어가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스라엘 총리선거에서 아리엘 샤론 리쿠드 당수가 당선된 데 대해 “그것은 이스라엘 내부의 문제로 뭐라 말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평화협상과 관련해서는 샤론정부가 전향적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후드 바라크 전총리가 평화협상에서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였지만 팔레스타인측으로서는 받아들이기에는 불충분했다고 지적했다.

알 라지 대사는 또 중동문제와 관련해 미국 유럽 등 서방국의 언론들이 아랍권을 홀대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스라엘은 좋은 변호사를 두고 있는 셈”이라고 살짝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향후 이―팔 관계의 전망에는 “시간적으로 1년 또는 2년으로 기한을 정해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아랍권간에 5차 중동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걱정하는 말을 던지자 “4차례의 중동전을 통해 서로 배운 게 있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한국에 부임한 지 2년반째인 알 라지 대사는 “주로 ‘코리아 하우스’를 단골로 이용하고 있다”며 “호텔보다는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맛집도 가끔 들른다”고 말했다. 그의 지방 나들이는 용평을 두 번 정도 가본 것을 빼고는 울산 정유시설을 둘러보는 등 주로 업무출장이었다면서 출장이나 여행 때 어려운 점으로 불편한 교통과 언어문제를 꼽았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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