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규민/대통령의 금연운동

  • 입력 2001년 2월 1일 18시 37분


몇년전 미국의 뉴욕시가 모든 사무용 건물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행정조치를 취했을 때 이 도시에서 담배 판매량은 한 달 사이에 23%나 줄었다. 담배를 피울 때마다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 뉴욕의 겨울 날씨에서는 고문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클린턴전대통령의 최대 치적은 금연운동으로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킨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는 그의 재임 기간 중 미국 남성의 흡연율이 34%에서 28.1%로 떨어졌다는 통계에서 연유했다.

▷초등학교에서 금연 교육을 실시토록 한 것도 클린턴전대통령의 정책 중 하나였는데 그 결과는 놀랍게도 청소년 스스로 담배를 멀리하게 만든 효과 외에 부모가 금연토록 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는 마약’이라는 학교 교육으로 ‘세뇌’된 귀여운 아들 딸들이 부모를 지속적으로 졸랐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애연가들이 설 땅을 지속적으로 빼앗으면서, 1492년 콜럼버스를 통해 담배를 지구상에 퍼뜨린 인디언들의 고향 미국은 지금 흡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흡연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인의 흡연율 66.3%는 세계 평균 47%와 비교가 안될 정도다. 미국이 자국의 담배 판매액 결손을 한국에서 보충하기 위해 시장을 개방토록 했기 때문이라는 시민단체의 주장도 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정부의 잘못이 더 컸다. 정부가 금연 정책으로 국민 건강을 지켜 주기보다 전매사업이었던 담배를 팔아 세수입을 챙기는 데 혈안이었기 때문이다.

▷김대중대통령의 금연운동 선언은 그래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20여종의 발암 물질과 4000여종의 독성 물질’을 담고 있는 담배로부터 국민을 구하기 위해 세수입을 포기하겠다는 결심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흡연성 질병으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비교하면 감소될 세수입은 새 발의 피와 같다. 미국의 경우에서 보듯 정부가 금연을 집요하게 추진할 때 그 효과는 확실하게 나타난다. 매번 금연에 실패하는 의지 박약자들에게 정부의 강제적인 조치는 쌍수 들어 환영할 일이다.

<이규민논설위원>kyu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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