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증시]이코노미스트, "M&A부진은 주가하락 탓"

  • 입력 2001년 1월 30일 16시 25분


지난 12일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이 이루어지고 난 후 500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합병은 그락소 웰컴과 스미스클라인 비참의 합병뿐이었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M&A가 부진한 가운데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그 원인이 주식시장의 침체에 있다고 분석했다.

작년 M&A는 전세계적으로 3조5000억 달러가 이루어져 99년의 3조3000억 달러를 능가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상반기, 특히 제1분기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같은 사실 자체가 거의 부각되지 않고 있다. J.P 모건 체이스에 따르면 작년 12월 미국에서는 98년 경제위기 이후 최소치인 630억 달러의 거래만이 발표됐다.

이제 투자은행가들과 변호사들은 합병이 돈을 불러모은다는 입장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잡지는 전했다. 뉴욕의 영향력 있는 변호사 중 하나인 마틴 립톤은 "M&A 경영이 심각한 부진을 보이고 있다"며 "거래의 숫자뿐 아니라 거래논의 자체도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잡지는 M&A가 줄어드는 원인으로 주가하락을 꼽았다. 작년 초 이후로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기업들이 주식을 통해 인수에 지불할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게 됐고 은행들은 규제가 심화되는 속에서 위험한 차용자들에게는 대출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 미디어, 통신등 TMT 기업들은 특히 많은 타격을 입었다고 잡지는 밝혔다. TMT 분야는 작년 전세계 합병의 40%를 차지했으며 그 액수도 1조50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TMT기업들은 현재 정크 본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은행에서는 위험고객으로 분류돼있어 올해도 비슷하리라고 전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에는 경영자들이 큰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지만 불황일 때에는 거래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주식매수자들은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주식이 가치있다고 여겨지면 쉽게 주식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 반면 매도자들은 주가가 최대치를 기록했을 때 팔기를 원한다. 그러나 J.P 모건 체이스의 릭 에스체리치에 따르면 작년 봄 TMT 기업들의 비현실적인 주가상승은 경영자들이 시장가격에서 프리미엄이 제시됐어도 팔기를 꺼려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경영자들은 낮은 주가에 익숙해져서 긴 시간을 두고 주식을 팔려고 한다는 것이다.

작년 주식시장의 활황은 이러한 문제점을 더욱 부각시켰다. 어떤 경영자도 하루아침에 거래를 성사시키려고 하지 않았고 가격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변동하곤 했다. AOL과 타임워너 합병에서도 무모한 주식투자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1년 전 발표된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 규모는 당시 16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1년 만에 미연방통신위원회(FCC)의 최종 승인절차를 받은 이들의 합병규모는 최근 주가하락으로 인해 105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불확실성의 시기를 맞아 기업들은 인수와 같은 새로운 투자를 준비하기보다는 주력산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잡지는 M&A가 활성화되려면 주가 반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M&A는 휴지기를 맞고 있을 뿐 끝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정유미<동아닷컴 기자>heav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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