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아이에겐이런책을]유별난 옷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 입력 2001년 1월 26일 19시 00분


◇엉뚱이 소피의 못말리는 패션

수지 모건 스타인 지음 최윤정 옮김

52쪽 6000원 비룡소

“바로 그게 제가 원하는 거예요. 옷 입는 거 한 가지만 다르고 싶은 거요!”(본문 47쪽)

아기가 우는 것은 배가 고프거나 오줌을 쌌거나 안아달라고 할 때이다. 그러나 소피는 4개월 짜리 아기였을 때 맘에 안 드는 옷을 입혔다고 울었다.

두 돌이 되어서는 다른 아이들이 입는 옷은 안 입으려고 들었고, 다섯살 때는 그림책보다 패션잡지를 더 좋아했다. 초등학교에 가서는 옷을 너무나 이상하게 입고 다녀 주위의 눈총을 받았다.

소피는 집에 있는 모든 옷을 활용해서 그날의 기분과 햇살의 양, 바람의 방향에 어울리게 옷을 입었다.

무늬나 색깔이 맘에 들면 자기 몸이 다섯 개는 들어갈 것 같은 아빠의 와이셔츠도 거리낌없이 소화해냈다.

소매를 걷거나 여러 개의 벨트를 사용해서 길이를 맞추는 것은 물론이고, 몇 개의 치마를 덧입거나 각기 색이 다른 짝짝이 양말이나 굽 높이가 다른 구두를 신었다.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27 가닥으로 땋은 머리를 27가지 색깔의 리본으로 장식하기도 하고, 얼굴에 금색 은색의 달과 별을 붙여 밤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왜 그렇게 사육제날처럼 유별난 차림새를 하느냐는 물음에 소피는 대답했다.

“그러니까 나는 시를 쓰는 것처럼 옷을 입는 거예요. 내 몸은 종이고요, 두 손은 만년필, 두 눈은 영감의 창이에요. 그런데 그게 나쁜 건가요?”

결국 소피네 반 아이들은 ‘추억과 사랑과 음악과 시로 옷을 차려 입는’ 소피의 영향을 받아 하나둘씩 ‘사육제 차림’으로 학교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자 평범한 청바지를 입고 오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개성이 강한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소피가 퍼뜨리고 있는 옷을 괴상하게 입는 전염병을 종식시키려는’ 학교측 입장과 ‘교육이란 창의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믿는’ 부모님의 입장이 충돌하지만 무겁거나 경직되지 않아 시종 웃음이 나온다.

대담하게 옷을 입어내는 아이는 아이대로,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는 아이는 아이대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이 작품은, 책을 싫어하는 3학년 이상 아이도 금방 읽을 수 있다.

(아침햇살아동문학회)

achs003@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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