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엿보기]3루수 전성시대(1)

  • 입력 2001년 1월 26일 09시 46분


현재 아메리칸리그에는 3인방이라고 불리우는 선수들이 있다.

이는 최근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3명의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노마 가르시아파라(보스턴), 데릭 지터(뉴욕 양키즈)를 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70-80년대까지 다소 작은 체격과 수비력이 중요시됐던 유격수의 유형에서 탈피, 공수주를 완벽하게 갖추고 각각 팀의 간판타자로 맹활약하며 1990년대 후반을 유격수 전성시대로 만들어 버린 슈퍼스타들이다.

2000시즌에도 이들은 맹활약하며 자신들의 몸값을 메이저리그 최정상급까지 끌어올리는 등 21세기에도 이들의 활약은 변함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이들의 활약으로 유격수 포지션이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21세기는 현재의 유격수 이상으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될 포지션이 바로 3루수이다.

3루수에는 트레비스 프라이맨(클리블랜드), 치퍼 존스(애틀란타), 로빈 벤추라(뉴욕 메츠) 같이 각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있지만 이들보다는 3루수 포지션에 각 리그를 대표하는 유망주들이 몰려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전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오브리 허프(템파베이)나 윌튼 베라스(보스턴), 라이언 마이어(몬트리올), 드류 헨슨(신시내티) 등은 확실한 주전은 아니지만 팀내에서 최고를 다투는 유망주들이며 트러이 글러스, 에릭 차베스, 아드리안 벨트레, 토니 바티스타 등은 이미 각 팀내에서 확실한 주전 자리와 함께 중심타선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유격수 3인방이 이미 20대 중반의 나이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대형 슈퍼스타들이라면 이들은 20대 초반의 나이로 아직은 이들의 명성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는 시간적인 차이일뿐 이 선수들은 앞으로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예비 슈퍼스타들이다.

각각 리그에서 주목받고 있는 유망주 3루수들을 3명씩 살펴보며 이들에 대한 사전지식을 갖는 것도 메이저리그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메리칸리그 ▼

1. 트로이 글러스(애너하임, 25살)

글러스는 이미 유망주라는 단계를 넘어서서 현재 아메리칸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로까지 성장했다.

1997년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지명될만큼 유망주로 인정받은 글러스는 98시즌 빅리그에 데뷔해 99시즌부터 팀의 주전 3루수로 활약하고 있다.

99시즌 28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낸 글러스는 드디어 2000시즌 들어 잠재된 그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47개의 홈런을 기록, 프랑크 토마스, 제이슨 지암비 같은 기라성같은 스타들을 따돌리고 리그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다.

글러스는 큰 스윙을 하는 전형적인 파워히터로 삼진을 많이 당하는 약점을 안고 있지만 2000시즌 100개 이상의 볼넷을 기록할 정도로 선구안 부분에서도 안정감을 이루고 있어 앞으로 더욱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3루 수비 부분에서도 글러스는 99시즌과 2000시즌 연속 30개 이상의 실책(각각 33개씩)을 기록했지만 198cm의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유연한 몸놀림을 자랑하며 대학 시절(UCLA)에는 유격수를 볼 정도로 수비범위도 넓어 경험이 쌓인 몇년 후가 되면 골드글러브도 수상할 수 있을 것이다.

2. 에릭 차베스(오클랜드, 23살)

오클랜드가 차세대 팀의 간판타자감으로 생각하고 있는 에릭 차베스는 미래의 가능성 면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글러스보다 한 수 위로 인정받고 있는 선수이다.

1998년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한 올해의 마이너리그 선수상을 수상한 차베스는 1999시즌 불과 21세의 나이로 팀의 개막전 3루수로 기용될만큼 기량을 인정받아 왔다.

99시즌 가장 강력한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후보였으나 0.247의 타율과 14홈런을 기록하는 부진을 보인 차베스는 2000시즌 들어 타율도 0.277로 끌어올리고 홈런도 28개를 기록하는 등 한단계 성숙한 기량을 과시하며 소속팀이 지구 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3루수이면서 좌타자인 차베스는 183cm, 93kg의 평범한 체격이지만 부드러운 스윙폼과 뛰어난 장타력을 지니고 있어 3할 이상의 타율과 3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수비에서도 강한 어깨와 함께 2000시즌 18개의 에러밖에 기록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수비력을 자랑하는 차베스는 차세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이다.

차베스의 약점은 좌투수에게 지나치게 약하다는 점.

99시즌 좌투수를 상대한 타율이 0.184에 불과했던 차베스는 2000시즌에도 좌투수를 상대로 0.197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좀 더 경험이 쌓여 이러한 약점을 어느 정도 극복한다면 차베스는 당당히 오클랜드의 중심 라인업에 그의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3. 토니 바티스타(토론토, 27세)

바티스타에게 유망주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27살의 그의 나이가 너무 많아 보인다.

그러나 98시즌까지 백업멤버로 전전하다가 99시즌부터 비로소 제실력을 발휘하는 바티스타이기에 27살의 나이는 그에게 큰 문제가 되어보이지는 않는다.

바티스타는 타격박스에서 극단적인 오픈스탠스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그의 독특한 타격 자세 때문에 바티스타는 99시즌에 애리조나에서 주전 유격수의 기회를 잡았으나 벅 쇼울터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해 토론토로 트레이드 되어지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바티스타의 토론토 행은 그에게 새로운 도약을 가져다 주는 계기가 되었다.

애리조나에서 불과 5개의 홈런밖에 기록하지 못했던 바티스타는 토론토로 이적한 뒤 26홈런, 79타점(98게임)을 기록하며 장타력에서 눈부신 향상을 보인다.

2000시즌 유격수에서 3루수로 변신한 바티스타는 수비력에서도 안정감을 찾으며 차세대 메이저리그를 대표할만한 3루수로 성장할 수 있음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공격에서는 41홈런, 114타점을 기록하며 당당히 팀의 중심타선의 한 축을 떠맡았고 수비에서도 17개의 에러를 기록하며 유격수때보다 훨씬 더 부드러워진 수비실력을 과시했다.

2000시즌 생애 첫 올스타로 선발되며 슈퍼스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바티스타이지만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성숙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약점으로 지적되는 선구안을 향상시켜야 한다.

바티스타의 최근 2년간 볼넷/삼진 비율을 살펴보면 99시즌에는 38/96에 불과했고 2000시즌에는 35/121로 더욱 더 나빠졌고 덕분에 2할 6푼대의 타율을 기록하고도 출루율은 3할이 겨우넘는 0.307에 불과했다.

장타력에서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홈런수가 늘어나는 만큼 선구안에서는 약점을 보이고 있어 타석에서 보다 참을성을 길러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용한/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hanmail.net

<다음에는 내셔널리그 편이 이어집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