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계섭/개혁 원칙대로 해야 증시 산다

  • 입력 2001년 1월 20일 17시 09분


새해 증권시장은 출발이 좋다. 작년에 투자자금이 반토막으로 줄어들었던 투자자들로서는 최근의 장세가 좋으면서도 조심스럽다.

정부로서는 연말에 발표했던 각종 증권시장 안정대책과 구조조정으로 외국인의 신뢰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인정해 주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조치의 효력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오히려 지금은 주가 상승 추세를 유지시켜 대세 전환을 꾀해야 한다.

작년의 주가하락은 1999년의 무차별적인 대규모 증자로 인한 공급 물량 확대와 신용경색 및 경기침체가 원인이었는데 금년에는 작년의 주가하락으로 대규모 증자가 없어서 수급이 조절될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계속 상승한다면 자금 이동이 더욱 심해질 것이고 자금시장 경색으로 고통받는 기업들의 숨통이 어느 정도 트일 것이다.

따라서 자금시장의 경색은 증권시장을 살림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우량기업이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시작했지만 이는 외국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대외신인도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에 있어서 기본원칙은 망할 기업은 빨리 망하게 하는 것이 추가자금이 들어가지 않고 우량기업을 더욱 강하게 할 수 있다. 워크아웃이나 강제화의, 법정관리 등으로 일부 한계기업이 살아남아 덤핑을 함으로써 우량기업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현상을 경험했다. 부실금융기관을 적자로 살려놓아 공적자금이 계속 들어가는 것도 경험하고 있다. 노태우 정권 당시 시장이나 경제 규모를 무시하고 늘려 놓은 금융기관들이 현재 어떤 운명에 처해 있는지를 살펴보고 반성해야 한다.

금년의 자금시장과 증권시장은 여러 난제를 안고 있다. 원유가가 불안하고 수출은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지난 해 하반기의 소비침체가 지속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이 미국의 경제추락을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사문제, 정치문제 등이 경제성장의 목을 조이고 있다. 정부도 금년 하반기의 경기 상승을 고려해 5∼6%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증권시장의 지속적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보다는 오지않도록 막을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회사채 시장의 마비를 각종 신종 상품으로 풀고 특히 수익률은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폭을 높여야 한다. 3월로 다가온 주주총회에서는 경영능력에 따른 배당을 확대 실시해 주주들에게 작년의 주가하락을 보상해줘야 한다.

금융기관 구조조정은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는 대등합병보다는 인수방식을 택하거나 경쟁체제로 그대로 둬야 한다. 부실 금융기관이 계속 망하게 되면 독과점 현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기업개혁 역시 과거에 경제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합병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부실기업을 우량기업과 합병시킬 경우 우량기업까지 부실화할 염려가 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치개혁부터 실시해서 민생을 안정시키고 지속적이고 과감한 개혁을 지속하는 것이다.

윤계섭 <서울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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