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속박에서 탈출해 여유를 가져보고 싶을 때가 있다.
▷양력설인 신정을 맞은지 벌써 20일이다. 나흘후면 음력설인 구정이다. 주말인 오늘부터 연휴에 들어가는 사람도 많다. 연초이면서도 연말같은 두 설의 사이에서 사람들은 시간적인 여유를 즐기는 것 같다. 신정때 못했던 일은 구정때 다시하면 되지하는 마음이 생겨서 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갑자기 시간을 번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올해는 특히 두 설이 같은 달에 있어서 더욱 그렇다. 며칠간 쏟아진 폭설도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시간은 역시 부족한 것보다는 남는 것이 마음이라도 즐겁다.
▷어느 지질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3억년전에는 1년이 390일이었다고 한다. 25일이 더 많았던 셈이다. 어쩌면 요즘이 그같은 느낌일까. 사람들은 시간적인 풍족감 속에서 또 한번 다짐들을 한다. A씨는 이번 구정때부터는 정말로 담배를 끊겠다고 동료들에게 선언했다. 그는 신정때 담배를 끊었다가 일주일을 못가고 실패했다. B씨는 구정때부터 꼭 새벽조깅을 할 생각이고, C씨는 영어회화 학원에 등록할 예정이다.
▷ 신정이든 구정이든 설은 새로움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같은 설을 1년에 두 개씩이나 갖고 있다. 신정을 맞으며 사람들은 많은 것이 달라지기를 바랬다. 상생(相生)의 정치를 펴 세상이 부드러워지고 경제도 살아나길 바랬다. 그런데 아직은 아닌 것 같다. 구정을 앞두고 사람들은 다시한번 똑같은 소망을 가져본다. 정확하게 말하면 뱀해(辛巳年)도 구정부터다. 간지(干支)로 해를 따지는 것은 음력이기 때문이다. 해가 바뀌어도 모든 것이 그 모양 그 꼴이라면 너무 슬프다.
<송영언논설위원>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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