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신정과 구정사이

  • 입력 2001년 1월 19일 18시 39분


시(時)테크라는 말이 있다. 시간을 쪼개 쓰는 노하우를 말한다. 모든 것이 속도로 결판나는 시대에 초단위까지 시간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옛 표현대로라면 촌음(寸陰)을 아껴쓰자는 얘기다. 하지만 그같은 속도감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무엇일까.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야 된다는 생각이 일종의 강박관념처럼 되고 있는 세상은 어쩐지 각박하다. 때로는

시간의 속박에서 탈출해 여유를 가져보고 싶을 때가 있다.

▷양력설인 신정을 맞은지 벌써 20일이다. 나흘후면 음력설인 구정이다. 주말인 오늘부터 연휴에 들어가는 사람도 많다. 연초이면서도 연말같은 두 설의 사이에서 사람들은 시간적인 여유를 즐기는 것 같다. 신정때 못했던 일은 구정때 다시하면 되지하는 마음이 생겨서 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갑자기 시간을 번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올해는 특히 두 설이 같은 달에 있어서 더욱 그렇다. 며칠간 쏟아진 폭설도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시간은 역시 부족한 것보다는 남는 것이 마음이라도 즐겁다.

▷어느 지질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3억년전에는 1년이 390일이었다고 한다. 25일이 더 많았던 셈이다. 어쩌면 요즘이 그같은 느낌일까. 사람들은 시간적인 풍족감 속에서 또 한번 다짐들을 한다. A씨는 이번 구정때부터는 정말로 담배를 끊겠다고 동료들에게 선언했다. 그는 신정때 담배를 끊었다가 일주일을 못가고 실패했다. B씨는 구정때부터 꼭 새벽조깅을 할 생각이고, C씨는 영어회화 학원에 등록할 예정이다.

▷ 신정이든 구정이든 설은 새로움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같은 설을 1년에 두 개씩이나 갖고 있다. 신정을 맞으며 사람들은 많은 것이 달라지기를 바랬다. 상생(相生)의 정치를 펴 세상이 부드러워지고 경제도 살아나길 바랬다. 그런데 아직은 아닌 것 같다. 구정을 앞두고 사람들은 다시한번 똑같은 소망을 가져본다. 정확하게 말하면 뱀해(辛巳年)도 구정부터다. 간지(干支)로 해를 따지는 것은 음력이기 때문이다. 해가 바뀌어도 모든 것이 그 모양 그 꼴이라면 너무 슬프다.

<송영언논설위원>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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