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CEO열전]변동준 삼영전자 사장"내사전에 적자는 없다"

  • 입력 2001년 1월 18일 18시 48분


30년동안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부채비율도 30%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규모가 적은 것도 아니다. 연간 매출액 2235억원.

이처럼 ‘괜찮은’ 회사는 TV 오디오 등 전기전자제품의 핵심부품인 알루미늄 전해콘덴서를 생산하는 삼영전자다. 삼영전자가 이런 모습을 유지해온데는 변동준(邊東俊·48)사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경영방침이 큰 몫을 하고 있다. 바로 ‘벌어들인 돈으로만 투자한다’와 ‘불경기 때 투자를 늘려야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성장기때 유행사업으로 눈을 안돌리고 최고로 잘 할 수 있는 것만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불황기가 닥쳐도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더라구요.” 변사장이 털어놓는 소박한 ‘노하우’다. 벌어들인 돈 가운데 10∼20%는 재투자하고 직원들에게도 성과만큼 특별 보너스를 줘 근로의욕을 높인다.

그러다보니 노사관계도 순조롭다. 88년 노동조합이 생긴이래 89년 사회 전반의 대대적인 노조운동에 따라 삼영전자도 3개월동안 공장을 돌리지 못하기도 했다. 그 때가 변사장이 공식적으로 사장에 취임했던 해. “그 때 큰 교훈을 얻었죠. 노조도 마찬가지구요. 번 만큼 이익을 직원에게도 나눠주면 받은 만큼 더욱 열심히 일합니다. 서로 협력하는 풍토가 마련됐지요. 90년대 이후 노사분규가 단 한 차례도 없었는걸요.”

실제로 98년 외환위기때도 삼영전자는 보너스 800%를 하나도 줄이지않고 직원에게 모두 지급했다. 여러기업이 쓰러지는 가운데도 삼영전자는 적지만 흑자(89억원)를 냈다. 워낙 알짜 경영을 한데다 직원을 줄이고 원가 및 불량률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적기에 해낸 것이 당시의 비결.

그리고 이 때 생긴 절약운동은 아직까지 회사 곳곳에 남아있다. 공장의 실내 온도는 요즘처럼 혹한에도 20도를 넘지 않는다. 사장실이라고 온도가 특별히 높지않아 썰렁한 기운이 느껴질 지경이다. 전등 하나 끄기, 이면지 쓰기 등은 기본.

이런 삼영전자지만 올해는 경영환경이 예사롭지 않아 걱정이다. 12월부터 전자업계에서 주문하는 부품량이 줄어들더니 1월 들어서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그래도 98년보다는 나아요. 지금은 인력을 조정할 필요까지는 없거든요. 인원을 충원하지 않는 걸로 현재로서는 가능하다고 보죠. 또 3월이후 경기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 2235억원에 순이익 260억원을 낸 삼영전자는 올해 매출목표는 이보다 약간 늘어난 2367억원으로 잡고 있다. 순이익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작년수준은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매출을 늘려잡는 배경에는 올해의 위기를 ‘게릴라식 생산체제’로 뚫어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한 달전에 주문을 받아 납품하는 체제지만 최근에는 주문받고 며칠내 제품을 만들어내는 식으로 바뀌었어요. 월초에 몰리는 주문을 4주로 나누어 받고 있는데 우리회사가 제 때 주문 물량을 맞춰준다는 ‘신용’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창업주고 변호성회장의 3남으로 36세의 젊은 나이에 사장자리에 올랐던 변사장. ‘한 우물만 판다’는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중국 청도에 합작공장을 세우고 콘덴서용 부품회사인 성남전기공업을 계열화하는 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직원들은 변사장을 ‘오너’보다는 ‘전문경영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올들어 유난한 각오를 다지는 ‘40대 CEO’변사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변동준 사장은…

△1953년 서울출생

△1972년 서울 중앙고 졸

△1980년 한양대 졸

△1981년 삼영전자 동경 사무소 근무

△1984년 일본 산업능률대 최고 경영자과정 수료

△1989년∼삼영전자 사장

△1996년∼성남전기공업 대표이사 회장

△취미〓낚시 골프

△주량〓맥주 2병

△담배〓1일 1갑

△즐겨부르는 노래〓정태춘의 촛불

△좋아하는 음식〓낚지볶음

△가족관계〓부인과 1남1녀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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