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지수 600선 돌파…추세반전인가 조정의 시작인가"

  • 입력 2001년 1월 16일 17시 49분


종합주가지수가 600선을 돌파했다.

지수가 종가기준으로 600선을 회복하기는 작년 10월6일 이후 3개월여만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수가 600선에 진입함으로써 620∼650선까지 무난하게 상승할 것이라는 데 대체적으로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추세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과 조정의 서곡이라는 시각이 팽팽하다.

600선 돌파가 개인과 기관의 매수세를 유도, 추세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편에는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을 계속 사들여야 하는 '천수답 증시'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의 상반된 진단을 정리한다.

◆추세반전론

사실 600선에 큰 의미를 두는 전문가들은 그리 많지 않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의 심리를 긍정적으로 반전시키는 심리적 지표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올들어 10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는 점은 그동안 침체장세가 상승기조로 전환했다는 신호로 평가될 수있기 때문이다.

개인들은 올들어 11일(거래일 기준) 동안 거래소시장에서 1조3484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15일 현재까지 42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다 16일 217억원 순매수하는 바람에 그나마 155억원 매수 우위로 올라섰다. 이들은 선물시장에서도 올들어 2337계약 순매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같이 순매도로 일관해 왔던 개인투자가들도 이제는 적극적 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개인들의 안정적 투자심리는 고객예탁금 뿐아니라 주식형 수익증권 등 간접상품의 수탁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긍정적이다.

이 경우 유동성 장세에 본격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금까지의 유동성은 사실상 외국인이 공급, 시세분출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유동성 장세의 시작 단계라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이와함께 최근 증시의 두드러진 특징은 '추세반전'이라는 얘기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작년의 경우 지수가 큰 반등을 시도할 때도 '추세반전'에 대해서는 모든 전문가들이 회의적으로 반응했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서서히, 그러나 확연히 바뀌고 있다.

이날 동원경제연구소는 현 장세를 '추세반전의 초기 단계'로 규정짓고, 급등에 따른 조정이 유력시되는 만큼 조정시 저점매수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대신증권도 앞서 15일 '2001년 주가전망 보고서(수정치)'를 내놓으며 주가전망을 당초에 비해 크게 상향조정했다. 당초 700이었던 연중 최고치를 810으로 올린 것은 물론 최저치는 350에서 500으로 무려 150포인트나 높였다.

신한증권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의 대량매수는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면서 상승랠리를 만들어냈고 이는 투자심리 회복으로 이어져 추세적흐름으로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주가지수의 급등에 힘입어 5일 이동선에 이어 20일, 60일선 등이 차례로 머리를 처들면서 연초의 역(逆)배열에서 정배열로 재배치되고 있는 것도 중장기적 추세전환의 신호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이날 주가지수가 대량 거래를 동반하며 603.42로 마감, 120일선(603.85)에 근접해 있고 이틀 연속된 음봉 이후 적삼병(양봉 3개)을 만들어낸 것은 추세 상승의 시작단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젊은 시세'로 곧 시세분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내외 증권사를 통털어 유일하게 1/4분기 강세장을 전망한 대신증권은 이번 반등이 지속될 경우 700선까지 닿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대체적으로 620∼650선까지는 무난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은증권의 이상준 연구원은 "주가지수가 600선에 안착할 경우 매물부담이 크게 감소한다"면서 "주가지수가 600선에 포진된 저항선을 꿰뚫으면 지수는 650까지 무난히 상승할 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수 신영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지수가 단기적으로는 620안팎까지 상승한뒤잠시 조정을 거친 다음 650선까지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정의 서곡론

이번 반등세가 '추세적 반전'으로 이어진다는데 대해 아직도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다. 한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한 만큼 일시적인 랠리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분석이다.

우선 미국시장이 불안하다. 10년을 넘어서는 장기 호황 뒤의 경착륙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해있다. 증시도 연준리(FRB)의 금리인하라 조치로 급락세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기업실적이 둔화돼 추가 하락의 여지가 많다.

또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엔/달러 및 달러/유로 환율이 급변동하며 자금의 향방을 점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경제 역시 원/달러의 급변동하는 것은 물론 신용경색으로 자금은 충분하지만 기업들은 자금에 목말라 있는 상황이다.

기업 및 금융권 구조조정이 정부의 의지대로 진행되는 추세이지만 현대전자/건설, 대우자동차 등 아직도 불확실 요소들이 산적해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함께 IMF 학습효과로 인한 자신감 상실로 인해 내수가 급속히 위축되며 기업마다 재고는 쌓이고 투자도 감소하는가 하면 실업인구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경제 자체 펀더멘털이 전혀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추세의 반전'이라고 규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특히 연일 외국인의 매수에만 의존하는 '천수답 장세'가 펼쳐지고 있어 외국인들이 매수를 중단, 관망세로 돌아서거나 차익실현을 위해 매도에 나설 경우 주가지수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있다.

많은 분석가들인 기관이 매수에 본격 가담해야 지수 600선 안착이 가능하다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기관은 올들어 거래소시장에서 664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410억원 어치의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수에 힘입어 지수가 반등하는 사이에 이들은 주식을 사기보다는 처분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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