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용병은 용병일 뿐이다

  • 입력 2001년 1월 13일 19시 12분


'용병은 어디까지나 용병이다'

벌써 출범 5년째를 맞은 프로농구. 농구가 프로화되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기술적으로도 많이 향상된 건 사실이지만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우리 나라 선수들만이 아닌, 외국 선수들을 임대해 같이 뛰게 된 것이다.

사실, 우리보다 뛰어난 수준의 농구를 구사하는 용병들을 들여옴으로써 우리나라 농구가 한단께 발전한 것은 분명하다. 그들은 KBL 리그 득점왕과 리바운드 등 개인 성적 상위권을 독식하다시피 했고, 용병 활약에 따라 팀 성적이 좌지우지하며 의존도를 심화시켜 왔다.

하지만, 원년 우승팀 기아, 그리고 2년 연속 우승팀 현대, 그리고 지난 시즌 우승팀 SK까지… 이 팀들을 보자. 이들이 과연 용병들에 의존해서 우승을 이뤄냈던가?

원년 우승팀 기아는 용병 의존도가 가장 낮은 팀이었다. 토종 멤버 허재, 강동희, 김영만 등이 없었더라면 절대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지 못했을 것이다.

이상민과 맥도웰로 대표되는 현대.

3년 연속 외국인 선수 MVP를 수상한 맥도웰이 없었더라면 현대의 우승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보다 현대의 2년 연속 챔피언 뒤엔 이상민-조성원-추승균 토종 트리오가 버티고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상민의 전광석화 같은 패스가 없었다면 맥도웰의 속공 플레이가 가능했을까?

궂은 일을 도맡아하며 기복없는 활약을 보인 추승균, 고비때마다 3점슛을 터트려 상대편의 추격의지를 꺾어놓곤 해서 '4쿼터의 사나이'라는 별칭까지 얻은 조성원.

이들이 바로 정규리그 3연패를 이루어낸 현대의 힘이자 2년 연속 챔피언 트로피를 품에 안게된 원동력이다.

지난 시즌, 현대를 꺾고 우승컵을 안으며 새로운 강자로 등록한 SK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최고 센터인 서장훈, 신인이었음에도 뛰어난 사령관 역할을 수행하며 팀 우승을 이끌어낸 황성인이 없었던들 당시 최고라고 일컬어지던 현대를 꺾고 우승을 일궈낼 수 있었을까?

올시즌 들어 각 팀마다 여러 명의 외국인 선수들을 교체하며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용병에만 의존하여 성적을 내고자 하면 할수록 관중은 프로농구를 외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농구는 팀플레이가 가장 중요한 경기이다.

몇몇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한 플레이가 아닌, 우수한 외국인 선수와 토종 스타들의 뛰어난 플레이를 함께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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