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현대전자 어디로 가나

  • 입력 2001년 1월 9일 18시 40분


현대전자 문제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그 진의와 향후 진행방향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가고 있다.

증권가에선 △LG그룹과의 역(逆)빅딜설 △국내업체와 외국업체들의 공동 지분인수 △삼성전자의 지분인수 또는 위탁경영 등의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분 인수는 정부도 부인하고 있지만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증권가의 의견이다.

대우증권 전병서 부장은 “그렇게 되면 삼성전자의 D램시장 점유율이 22%에서 51% 올라 경쟁업체들이 국제무역기구(WTO) 등에 반독점 제소를 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현대전자 인수에 반대하는 외국인주주들의 매수청구권을 받아내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 경영권을 넘겨주지 않은 채 삼성전자에 경영을 맡기는 시나리오는 재벌의 폐쇄성과 치열한 경쟁의 역사를 감안할 때 현실성이 약하다.

‘LG그룹과의 역빅딜설’은 현대전자가 LG그룹에 줘야 할 LG반도체 대금이 6000억원 남아 있고 LG가 삼성 이외에 반도체회사를 경영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재벌이라는 점에서 급부상중이다. 삼성전자의 지분 인수가 업계구도상 무리라는 점을 잘 알 만한 신국환 산업자원부장관이 구태여 삼성전자와 먼저 접촉한 사건은 일종의 명분쌓기용 제스처로 해석되기도 한다.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기는 빅딜을 주도한 정부가 곧바로 LG측에 의사를 타진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은 것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LG그룹에 현대전자를 통째로 넘길 경우 8조원 가량의 현대전자 부채도 그대로 넘어가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어려워진다. 현실적으로 LG그룹이 현대전자의 경영권 인수에 필요한 3500억∼5000억원(지분 20∼30%)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도 문제다.

이와 관련해 한국통신을 포함한 3자간 빅딜설이 나오면서 최근 LG텔레콤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여하튼 이 경우 어떤 형태로든 부채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채무조정이 필요하고 이는 또다시 오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그룹 두산그룹 등의 현대전자 인수도 이와 같은 이유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유력한 대안으로 제기되는 것이 사업구조 재편을 전제로 한 일부 라인의 매각이다.

이는 작년말 LG그룹이 현대전자에 ‘매각대금 대신 구미공장을 달라’고 제안한 것이 알려지면서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종증권 임홍빈 차장은 “계약능력, 생산효율성에 비춰볼 때 현대전자의 현재 생산능력은 과대하다”면서 생산설비를 D램제조용과 위탁가공(파운드리)용으로 나눈 뒤 이중 한 부문을 매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통신 및 TFT―LCD부문 매각 이외에 이같은 반도체부문 사업구조조정만 제대로 된다면 외자유치도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비반도체기업+LG그룹+외국 투자기관 등 다양한 형태의 컨소시엄의 지분 공동인수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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