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전문가에게 듣는다]최교전 미래에셋채권운용2팀장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3시 40분


최교전 미래에셋채권운용 2팀장은 "내년도 채권시장은 올해보다 훨씬 개선될 것"이라고 긍정적 견해를 피력한다.

정부가 내놓은 자금시장 안정대책이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비난도 받지만 개별기업들의 부채탕감 노력 등과 맞물리는 내년 하반기부턴 BBB등급 회사채도 매매될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과도한 부채를 줄이는 노력을 게을리 하는 기업들은 도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채권시장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가 '우량채권 선호(Flight to quality)현상'이었다. 자금수요가 집중되면서 국고채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재반등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올해 국고채에 자금이 몰리면서 회사채와 금리격차가 150베이시스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기업과 은행구조조정의 여파로 주식시장과 회사채 시장이 붕괴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그렇지만 일부에서 지적하듯 국고채 금리 하락을 단순히 수급문제로 간주하긴 곤란하다. 개인적으로 국내경제의 펀더멘털이 상당부문 반영됐다고 본다.

즉 국고채 금리 하락이면에는 저성장과 저물가라는 향후 국내경제의 주요 특징들이 녹아있다. 내년에도 이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 당연히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기 힘들다. 다만 올해 단기급락했기 때문에 현수준에서 추가 하락폭도 큰 편은 아니다."

-국고채 수요는 급증했지만 정작 자금이 필요한 기업 회사채는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언제쯤 회사채 시장이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내년 3분기부터 자율적인 시장힘에 의해 회사채가 정상적으로 매매될 것으로 본다.

내년 상반기까진 정부의 '강제신용할당'정책이 회사채 시장을 끌고 갈 것이다. 정부개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있지만 채권시장이 마비된 상황에서 차선의 선택이라고 본다. 이같은 강제신용할당 조치가 기업들의 구조조정 성과와 맞물리면서 내년 하반기부턴 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신용등급이 다소 떨어지는 회사채를 매입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총부채액수가 명목GDP를 상회하는 580조원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부채의 절대액수를 줄이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는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사실이다. 최근 국내기업들의 부채규모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한국은행 발표도 있었다. 한계기업에 대해 은행권 등에서 추가자금을 지원하면서 나타났다. 정부가 급격한 실물경제 와해를 우려해서 취한 조치의 결과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기 어렵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은행권에 다시 한계기업에 자금을 대출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

앞으로 기업들이 과감히 자산을 매각하거나 인원과 조직 등을 통폐합해서 부채를 줄이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이런 노력을 보이는 회사만이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 할 수 있다.

특히 내년도 국내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지 못하는 기업들은 상당수 쓰러질 것이다."

-내년도 국내거시경제에 대한 견해는.

"회사측의 공식 견해는 내년도 예상경제성장률 5%, 물가상승률 3%, 회사채 금리 8%대, 국고채 7%이하로 보고 있다. 내년에도 안정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만큼 못해도 내년에도 국고채 금리가 약세를 이어갈 것이란 얘기다."

-올해같은 급격한 금리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년 채권 간접투자의 매력이 있을까.

"금리하락에 따른 자본이득은 올해처럼 크지 않을 것이다. 연말 금리수준이 유지되거나 아니면 소폭 반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년도 국내경제가 5%안팎으로 성장한다고 할 경우 채권투자의 매력은 여전히 높다고 본다. 내년 하반기부터 회사채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고 가정할 경우 8%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다 금리변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이보다 다소 높은 성과를 얻는다.

위험선호도에 따라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도 천차만별이겠지만 이 정도 채권 간접투자수익률이라면 결코 낮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주식시장은 하루에 이정도 수익률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손실폭도 그만큼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올해 주식투자자들이 대부분 손실을 입었던 것도 상대적으로 채권투자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올 7월부터 시가평가제가 전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실채권을 반영하기보다는 신규펀드에 떠넘기는 등 구태를 재현하고 있다. 채권시장 정상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해 대우사태로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원금의 95%를 보장해 주면서 문제가 복잡하게 꼬였다.

그동안의 투자관행을 볼 때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일방적으로 전가하기 힘들었겠지만 내년부턴 투기등급은 손실분을 반영해야 한다. 정부가 CBO 펀드에 편입된 투기채를 시가평가해서 수익률에 반영하지 않고 산업은행을 통해 매입한다거나 유사한 펀드를 설정해서 이월시키는 방법은 미봉책일 뿐이다.

투자자들에게도 위험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차원에서 손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경우 시중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란 견해도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은행합병 등을 통해 수신금리가 내려갈 경우 주식시장으로 재유입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성급한 판단이다. 은행에 예치된 자금은 무엇보다 안정성을 선호한다.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불확실성이 주식시장을 억누르는 한 자금유입은 어렵다.

단순히 지표금리가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국고채와 회사채간 금리차이가 줄어드느냐에 따라 자금이동여부가 결정된다. 내년 하반기 국고채와 회사채간 금리차이가 감소하면 주식시장으로 자금유입이 이뤄질 것이다."

최교전 미래에셋투신운용 채권운용2팀장

  •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87년)

  •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89년)

  • 장기신용은행 채권운용(90년∼98년)

  • 국민은행 채권운용(99년 5월)

  • 미래에셋투신 채권펀드매니저 (99년 5월이후 )
  •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