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臘會(납회)

  • 입력 2000년 12월 28일 18시 55분


臘―섣달 랍 喩―깨우칠 유 隱―숨을 은

寓―빗댈 우 獵―사냥할 렵 祭―제사 제

옛날 중국에서는 천자나 성인, 그리고 조상의 성함을 함부로 부르는 것은 不敬하다 하여 피해왔다(避諱).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이름뿐만 아니라 특정 사물에까지 파급돼 있는 그대로 부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능하면 다른 이름(異名)을 만들어 사용하곤 했다.

이런 현상은 문학이나 예술에도 영향을 미쳐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가능하면 한 바퀴 빙 둘러서 표현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直說法보다는 比喩(비유), 隱喩法(은유법)이 즐겨 사용됐다. 典雅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莊子(장자)를 보면 하나같이 寓話(우화)의 형식을 빌려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무엇을 형용하는 말이 굉장히 발달하게 되었으며 많기도 하다. 예를 들어 보자. ‘나이’를 뜻하는 말만해도 不惑(불혹)이니 古稀(고희), 耳順 등 많다. 그것을 마흔이니 일흔, 예순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格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겼다.

또한 달을 표현하는 것도 그렇다. 우리도 잘 아는 1월은 正月이라고 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12월이라고 없으라는 법이 없다. 그들은 臘月(납월)이라고 불렀다.

‘臘’자는 본디 사냥을 뜻하는 ‘獵’에 月(肉)이 붙어 있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너무 복잡하자 ¤(견·犬)자를 생략해 지금의 臘자가 되었다. 그러니까 다이어트를 한 셈이다. 따라서 뜻은 ‘사냥(獵)해 온 짐승의 고기(月)’라는 뜻이 된다.

옛날 중국에서는 매년 음력 12월이 되면 한 해를 마감하는 뜻에서 성대한 祭祀를 올렸던 이른 바 臘祭(납제)의 풍속이 있었다. 특히 이 날 바칠 犧牲(희생)은 마을 전체가 공동으로 사냥해 마련했다. 그래서 매년 12월 일정한 날을 정해 조상에게 祭祀를 올렸는데 그 날을 臘日이라고 했다. 그러다 차츰 祭祀의 대상이 확대되고 규모도 성대해지면서 臘日 하루로는 臘祭를 올리기에 부족하자 하루 이틀 늘리다 보니 그만 12월이 온통 臘祭의 달이 되고 말았다. 이 때부터 臘은 ‘음력 12월’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연초에 자주 듣게 되는 ‘舊臘(구랍)’은 ‘지난 12월’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臘會는 이날의 모임을 뜻하는 것이었다. 12월에 모이는 것이므로 그 해의 마지막 모임이기도 한 셈이다. 지금은 매년 이맘때 쯤 주식시장에서 즐겨 사용하고 있다. 아마도 그 해의 마지막 거래를 뜻하는 말인 것 같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 중국문화)

sw478@email.hanyang.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