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타워]e비즈니스 지수 겨우 30점

  • 입력 2000년 12월 6일 18시 38분


한국인 개개인은 인터넷에 잘 적응하는데 왜 기업들은 활성화시키지 못할까.

인터넷 이용자 1680만명, 도메인 수 51만개, 사이버쇼핑몰 200개. 최근 1,2년간 불어닥친 인터넷 열풍 덕분에 한국은 인터넷 사용자나 초고속통신망보급 등에서 IT(정보기술) 선진국에 가깝다. 그러나 인터넷의 파급효과가 큰 e비즈니스 세계에 들어서면 한국은 아직도 걸음마단계. 산업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의 e비즈니스 지수는 30점(100점만점)에 불과하다.

▽경영 투명성이 문제다 = 인터넷도입으로 효과를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것은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벤처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앞다투어 전자 철강 섬유 중공업 등에서 B2B시장 개설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B2B시장이 본궤도에 올라 성과를 거두고 있는 곳은 아직 없다. 기업의 구매담당자들이 전자상거래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옥션 이금룡사장은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면 기업의 구매단가를 20∼30%이상을 낮출 수 있는데도 구매담당자들이 과거에 누려온 각종 혜택, 향응이나 리베이트 등을 포기하기 싫어 전자상거래 도입을 방해하고 있다 고 말했다. 구매담당자들은 전자상거래가 도입되면 구매인력이 대폭 줄어들게 되고 사내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이 축소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무자료거래가 일상화된 각 분야의 유통업자들도 전자상거래를 이용할 경우 100% 노출되는 유통과정을 꺼리고 있다. 일부 전자상거래업체들은 유통업자들의 이런 불안심리를 없애주기위해 아예 세금계산서를 끊지 않고 거래하는 경우까지 있다.

▽사람과 조직이 바뀌지 않는다=삼성물산은 평사원도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e메일로 건의를 하도록 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어 최근에는 아예 익명 e메일을 도입했다. 인터넷이 형식적이고 권위적인 문화를 깨줄 것을 기대한 조치이지만 아직은 큰 효과가 없다.

박성주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이와 관련, 기업이 e비즈니스를 하려면 우선 기업문화가 인터넷에 맞게 변해야 하는데 아직 우리 기업의 경우 몸과 마음은 그대로 라고 지적했다.

부서간의 벽도 장애물. 인터넷의 효과를 보려면 사내 아이디어와 지식이 부서간에 활발하게 교류돼야 하는데 아직도 국내 기업은 부서를 뛰어넘는 정보교환을 꺼린다.

▽e-정부가 시급하다= 전자제품 경매업체 예쓰월드의 이상길 이사는 정부가 앞장서서 전자상거래에 참여해야 하지만 늑장을 부리기는 정부도 마찬가지 라고 말했다.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조달청 국방부 등 대규모 물자를 구매하는 부처를 찾아갔으나 정부는 기업보다 문 턱이 높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돌아서야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개별적으로 전자상거래 망을 구축하겠다고 나서 오히려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까지 있다.

▼정부 활성화 대책▼

전통 산업이 e비즈니스 체제로 탈바꿈하기 위해 100억원 규모의 전용 펀드가 조성된다. 또 종이 계산서를 대체한 디지털 세금계산서 제도가 도입된다.

산업자원부는 6일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제조업체 및 벤처 기업, 솔루션 업체 CEO와 경제단체장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차 e-CEO 협의회 를 갖고 e비즈니스 확산 종합 대책을 마련, 발표했다. 뼈대는 디지털 세금계산서 제도의 발행과 벤처기업에 대한 무보증 회사채 발행이다.

정부는 세금 계산서제도를 인터넷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재정경제부와 국세청, 민간업체 등이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영,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내년말까지 벤처 및 대기업과 함께 공동으로 100억원 규모의 e비즈니스 전용펀드를 조성한다.

인터넷 벤처기업이 발행한 무보증 회사채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인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신용이 약한 벤처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면 주간 증권사가 이를 인수한 뒤 다시 자산유동화 전문회사에 넘긴다. 유동화 전문회사가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하면 선순위 채권은 시장에서 매각하고 후순위 채권은 재정 자금으로 사들인다. 올해 2000억원 규모의 ABS 발행이 이뤄질 계획이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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