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 교실붕괴'도 오는가

  • 입력 2000년 12월 4일 18시 35분


대학생 3명 중 1명이 휴학중이라는 사실은 우리 대학이 처한 위기를 피부로 느끼게 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대와 산업대를 제외한 전국 161개 국 공 사립대의 올 2학기 재적생 163만1011명 가운데 31.6%인 52만7316명이 휴학중이다. 이는 1학기보다 1만8669명이 늘어난 것으로 사상최대다.

이처럼 휴학생이 많아진 가장 큰 이유는 경제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졸업하면 취업이 어려워 우선 군 입대 등으로 재학생 신분을 연장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대학생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등록금 마련이 어려워 학업을 일시 중단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경제적 사정이 아닌 경우도 있다. 다른 대학으로의 편입학을 위해서나, 요즘 대학생이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본다는 해외연수, 또는 자격증 취득을 위해 휴학하는 경우 등이다. 이는 먼저 사회적 적응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지 대학 졸업장은 그렇게 급하지 않다는, 하나의 세태변화로 볼 수도 있다.

대학생들의 휴학이 많아진 것은 3년 전 IMF 사태가 닥치면서부터다. 이 바람에 IMF 직후인 98년 학비를 구하지 못해 1년간 휴학했다가 지난해 복학했던 학생 중 올해 졸업을 미루고 또다시 휴학한 경우도 있다.

대학들은 이같은 ‘휴학공황’ 속에서 두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하나는 재정난으로,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이 크게 줄어들어 그만큼 학교경영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수업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는 점이다. 대학 교실은 빈자리가 많아 썰렁해졌다. 수업받는 학생들이 적다 보니까 학교 다니는 학생들도 덩달아 공부에 대한 열의가 적어졌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결석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는 게 교수들의 하소연이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가 크게 떨어지는 중고교의 교실붕괴 현상이 경우는 다소 다르지만 이제 대학에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한다.

요 몇년 새 우리 사회에는 인문대 사회대 자연대 등의 기초학문, 특히 인문학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휴학 급증으로 인한 대학 교실의 어수선한 모습까지 겹쳐 ‘대학과 교육의 미래’를 걱정하는 소리가 적지 않다.

21세기는 지식기반 사회라고 한다. 이 때문에 국가경쟁력의 기초요 산실인 대학은 어느 곳보다 튼튼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당국과 대학 학부모 학생들이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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