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lley리포트]'세번이상 벤처창업' 목표는 사회기여

  • 입력 2000년 11월 19일 18시 09분


실리콘밸리에는 ‘스리피터스’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영어로 셋(three)과 반복한다(repeat)를 합성해 만든 이 말은 세 번이상 벤처기업을 창업한 사람을 지칭한다.

그들은 왜 세번씩이나 창업을 했을까?

57년 대만태생인 피홍 첸은 89년 4000달러를 갖고 게인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3년후 그는 회사를 1억달러에 팔았다. 주변에선 대성공이라고 칭찬했다. 그럼에도 그는 은퇴결심 3개월만에 다시 창업의 길로 나섰다. 99년 가장 빨리 성장하는 5대기업에 포함된 시벨시스템스사의 출범을 도왔고, 브로드비전사를 키웠다. 그는 “나의 기쁨은 새로운 기술, 새로운 솔루션, 새로운 기업의 창조에 있지 돈에 있지는 않다”고 외쳤다.

비지제닉소프트웨어사는 로저 시플이 창립한 3번째 회사. 그가 소유한 17% 지분만으로도 그의 재산은 2500만달러를 족히 넘는다. 그러나 그 역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게 있어 돈 자체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자식에게 물려줄 조금의 재산을 제외하고는 전재산을 스탠퍼드대학과 암연구에 기부할 생각이다.”

89년 세번째로 모멘타사를 창업한 캠런 엘라히언은 3년후 그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돈 4000만달러를 모두 날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개월후 네오매직사를 설립해 97년 3월 상장, 3억달러의 가치를 갖는 회사로 키웠다.

‘스리피터스’가 저절로 성공하지는 않았다. 우선 e밸리에는 이같은 스리피터스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이 있다. 성공에 자만하지 않고 실패에 너그러운 ‘독특한’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 그리고 사업에서 거둔 결실을 낭비하지 않고 자신을 키워준 생태계로 되돌려 주려는 노력과 자세가 있기 때문이다. e밸리는 돈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공동체 비전을 제시한 ‘실리콘밸리 2010’(http://www.jointventure.org/)이 이를 잘 보여준다.

‘실리콘밸리 2010’이 설정한 17가지 목표 중 기술혁신과 경제적 번영과 관련된 것은 4개뿐이다. 자연을 보호하고, 공원과 습지와 같은 생태계를 보존하며 생동력이 있는 공동체를 유지한다는 목표가 5개, 교육 건강 안전 예술문화의 균등한 기회증진이 5개,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의 자율적인 참여와 공공서비스 향상이 3개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목표는 ‘성공은 곧 돈’이라고 생각하는 왜곡된 의식구조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스탠포드대 교환교수)changsg@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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