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금리인하,증시청신호일까?

  • 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03분


최근 국고채 금리의 급락현상을 주가상승의 전조로 볼 수 있을까? 때마침 주식시장은 대우차 부도와 현대건설 사태 등 악재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악재에 둔감하다는 것은 바닥이 멀지않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98년 구조조정 때는 금리하락이 계기가 돼 주가가 상승추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금의 금융시장 환경은 98년과 다르다는 주장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예단보다는 돌다리도 두드리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금리하락은 호재인가〓98년엔 전세계 증시가 금리하락 이후 기대수익률이 높아진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물밀듯 들어오면서 동반상승을 구가했다. 특히 한국은 구조조정이라는 바닥다지기 작업(불확실성의 해소라는 측면에서)을 거친 탓에 주가 상승폭이 클 수밖에 없었다.

SK증권 김준기연구원은 “현재의 증시도 바닥다지기 국면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주가의 상승전환시점은 98년의 경험에서 보았듯이 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제여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대기업 부도 등 충격요인에 강한 내성을 보이고 연기금 주식투자 허용 등 다각적인 증시부양책이 준비돼 있어 주식투자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세종증권 차장훈연구원은 “한계기업 퇴출로 BBB급인 중견기업의 수익성이 향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BBB급 중견기업에 대한 주식투자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국고채만의 금리하락은 문제가 있다〓국고채는 떼일 염려가 없는 안전한 채권. 은행 입장에서도 대손충당금(손실에 대비한 적립금)을 쌓을 필요가 없다. 무위험채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고채 금리는 연 6%대로 떨어질 태세다. 반면 자금이 절실한 BBB급 회사의 채권금리는 연 11.7%대에서 요지부동이다. 일부 기업은 연 15%대 금리를 제시해도 팔리지 않는다.

마이애셋 최남철상무는 “떼일 염려가 전혀 없는 국고채에 시중자금이 몰리는 것은 그만큼 금융시장이 불안하다는 증거”라며 “따라서 국고채 금리의 하락은 결코 증시의 청신호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이종우연구위원은 “국고채에 몰리는 자금은 위험가중치가 높은 주식시장의 성격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증시 청신호는?〓회사채 금리의 하락, 특히 BBB급 회사채 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해야 증시가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우량물과 비우량채권간 금리격차(스프레드)가 좁혀지는 시기가 관건이다. 지금은 금리격차가 국고채 금리의 급락으로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국고채 3년물과 BBB급 회사채간 금리격차는 지난달 초 3.31%포인트에서 11일 현재 4.65%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태. 대우증권 최석원과장은 “금리격차 확대는 그만큼 비우량채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확신이 서고 실제로 BBB급 채권금리가 하락해야 증시로도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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