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美경제 '혼돈의 시대'냐 '창조적 파괴'냐

  • 입력 2000년 11월 7일 19시 54분


오늘날 미국은 역사상 최장의 경제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달 간 미국의 모습은 결코 경제적 승리를 축하하는 승리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전세계에 힘을 과시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기둥들이 하나둘씩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선 한 때 세계 최대의 기업이었던 AT&T가 자신의 몸집을 넷으로 나누고 있다. 또한 코카콜라, 질레트, P&G, 제록스의 회장들이 지난해에 뜻하지 않게 사임을 하거나 해고를 당했다. 그리고 10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상업은행이었던 J P 모건이 더 이상 혼자의 힘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흔들리는 기업들은 또 있다. 닷컴 기업들은 파산 신청을 하고 있고, 월마트는 아직도 훌륭한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또한 중소기업들은 세계적인 거대기업들과 경쟁할 수 없다며 스스로를 상품으로 시장에 내놓고 있는 반면, 세계적인 거대기업들은 통화의 변동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의 원인으로는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그 동안 주식시장이 사상 유례가 없는 활황을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은 매년 15∼20%의 고수익을 올리는 데 익숙해졌다. 따라서 이러한 목표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기업에는 투자자들의 가차없는 처벌이 가해진다. 그러나 요즘은 경제 성장의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수익 목표를 충족시켜주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

요즘 기업들은 또한 온갖 종류의 새로운 라이벌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클린턴 행정부가 규제철폐와 자유무역 정책을 계속해서 강력하게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권사들은 갑자기 은행의 위협을 받게 되었고, 한때 전화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기업들은 다른 대륙에 본거지를 둔 원거리 통신회사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의 변화속도가 빨라서 기업들이 대규모의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투자가 몇 년 혹은 몇 달만에 쓸모 없는 것으로 변해버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현재의 불안정이 더 커다란 혼란의 전조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경제의 성장속도가 정말로 느려지거나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돌아선다면, 이윤을 얻기 위한 전투가 더욱 치열해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 또한 1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믿을 만한 수입원의 역할을 해주었던 미국의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일 것이다.

따라서 기업 합병, 최고 경영자의 사임 등이 지금보다 훨씬 흔한 일이 될 수 있다.

요즘의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는 말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바로 ‘창조적 파괴’이다. 20세기초의 경제학자인 조지프 슘페터가 만들어낸 이 말은 새로운 기업들이 생겨나서 낡은 기업들을 파괴함으로써 자본주의 경제가 성장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슘페터는 오로지 혁신을 통해서만 이윤을 올릴 수 있다고 단언했다. 심한 경쟁과 투자자들의 압력, 그리고 기술의 빠른 변화속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기업들은 슘페터의 이러한 이론을 되살리는 데 안성맞춤이다.

경제학자인 켄 골드스타인은 슘페터의 이론과 맥을 같이하는 밥 딜런 노래의 가사를 인용해서 요즘의 현실을 묘사했다. “태어나느라 바쁘지 않은 사람은 죽어가느라고 바쁘다.”

(http://www.nytimes.com/2000/11/05/business/05ICO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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