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부시 사회보장정책 '내일'이 없다

  • 입력 2000년 11월 5일 19시 02분


시작은 좋았다. 80년대 미 의회는 30년 뒤쯤에나 닥칠 위기에 대비해 법을 마련하는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줬다.

80년대까지 미국의 사회보장제도는 세금으로 이자를 충당하는 순수한 ‘독립채산제’였다. 그러나 독립채산제가 큰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는 징후는 80년대 말부터 이미 뚜렷했다. 이 과정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범죄자들’과 다름없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사회보장기금의 적립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정체된 반면 돈을 지급해야 할 대상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현재는 한 명의 기금수혜자를 위해 3.4명의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만 2030년에는 2명으로 줄어든다. 이 경우 독립채산제는 대폭적인 조세증가나 이자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의회가 한 일은 사회보장세를 적절히 올리는 것이었다. 고령화의 인구구조에 대비해 세율을 2%포인트 높여 기금고갈 상태를 막아보겠다는 의도였다. 이 방법은 영구적인 해결책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2037년까지, 추가조치가 취해진다면 2050년까지는 효력이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는 사회보장세 인상을 철회하려고 한다. 그는 원할 경우 인상액을 개인계좌에 넣어주는 식의 부분적 민영화 방안을 통해 기금의 재테크를 허락할 계획이다. 이는 사회보장 혜택을 받아야 할 중장년층이 결국 오지에 남겨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 다음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분명히 ‘다음’이 있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연금으로 쓰여야 할 돈이 다른 데 사용된다면 수혜연금을 낮추든지, 아니면 다른 조달 재원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시 후보는 ‘다음’이 없다. 그의 구상은 사회보장제를 유지해나갈 재정적 기초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언론이 부시 후보측 주장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아직도 언론은 현재의 사회보장기금이 충분하기 때문에 앞으로 20년 동안은 연금수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공화당의 주장을 옹호하는 모습이다.

사회보장국은 앞으로 20년 동안 연금을 지급한 뒤 어느 날 갑자기 “기금이 고갈됐으니 연금의 40%를 낮추겠다”고 말할 것인가.

<정리〓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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