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하영선/北―美 미사일 解法은 없나

  • 입력 2000년 11월 5일 18시 36분


북한과 미국은 1일부터 사흘 동안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미사일회담에서 현안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혔으나 최종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 北, 반대급부 극대화 노력 ▼

북한과 미국은 10월12일 발표된 공동 코뮈니케에서 “미사일 문제의 해결이 북―미 관계의 근본적인 개선과 아시아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는 것에 합의한 바 있다.

미국은 북한 미사일문제 해결을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미사일 문제 해결 여부가 일단 11월 중 북한 방문은 하지 않기로 했지만 앞으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북한 방문여부의 최종 결정에, 보다 장기적으로는 북―미 관계 개선의 방향과 속도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문제가 어느 방향으로 풀려나갈 것인지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1994년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제네바 기본합의 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핵 협상과정에서 북한은 다음과 같은 3원칙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선 원자력의 군사적 이용과 평화적 이용을 구분한 다음에 흑연감속로와 연관시설 같은 군사적 이용 위험시설을 동결하는 대신에 경수로 발전소와 같은 평화적 이용시설을 최대한 지원받도록 노력하였다. 동시에 북한은 미국과의 정치 및 경제관계의 정상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의 안전을 위한 공동노력을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협상과정에서 군사적 이용의 내용을 가능한 한 세분화하여 위험시설들의 동결 또는 해체에 대한 반대급부를 극대화하려고 노력하였다.

북한은 미사일 협상 과정에서도 핵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우선 북한은 미사일의 군사적 이용과 평화적 이용을 구분하여 장거리미사일 개발 및 시험발사를 포기하는 대신에 인공위성 대리발사를 요구하고 있으며 중 단거리 미사일 수출 포기 대신에 현금 등 경제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북한은 제네바 기본합의보다 한단계 높은 미국과의 정치 및 경제관계의 정상화, 미국과의 평화보장체계 수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협상 과정에서 장거리 미사일 연구 개발 및 시험발사, 중 단거리 미사일 수출과 같은 군사적 이용을 가능한 한 세분화하여 보상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미사일 협상은 핵협상과 마찬가지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타협을 이루어 나갈 것이다. 이러한 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우선 북한이 협상의 중요한 원칙으로 강조하고 있는 미국과의 평화보장체계 수립의 내용이다. 북한은 1996년 2월 북―미 잠정협정 체결을 제안하면서, 한반도에서 무장충돌과 전쟁위협을 제거하고 정전상태를 평화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북한과 미국 사이에 잠정협정이 체결돼야 하고, 잠정협정을 이행감독하기 위해 군사정전위원회를 대신하는 북―미 군사공동기구를 조직 운영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1991년 12월의 남북 기본합의서 이래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서는 남과 북이 중심이 되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운영하며, 동시에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변세력들의 국제적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 평화체제 구축외교 추진해야 ▼

따라서 북―미를 주로 하고 남―북을 종으로 하는 ‘북한형 2+2’ 방식과 남―북을 주로 하고 미―중을 종으로 하는 ‘한국형 2+2’ 방식의 갈등 속에서 미국이 미사일 협상 과정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이 북―미 관계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장래를 크게 좌우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외교를 추진해야 한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 시험발사 포기, 수출포기에 대한 보상의 내용이다. 현단계의 협상 과정에서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 시험발사 포기에 대해서는 인공위성 대리발사를 검토하고 중 단거리 미사일 수출 금지에 대해서는 북한의 현금보상 요구와 미국의 국제경제기구 등을 통한 간접지원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보다 생산적인 대안은 인공위성 대리발사나 현금보상보다는 북한에 첨단정보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한반도 정보기술개발기구’와 같은 국제 컨소시엄 결성을 추진하는 것이다.

하영선(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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