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실적 발표 시즌...기업 숫자놀음 조심해야

  • 입력 2000년 11월 2일 19시 05분


기업의 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한국판 ‘어닝 시즌(earnig season)’이 시작됐다. 국내 기업들은 이달 중순까지 3·4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하게 된다.

미국 증시의 경우 어닝 시즌에 발표되는 기업의 분기 실적은 해당 종목의 주가에 큰 영향을 준다. 우리 증시와 달리 실적과 주가간에 안정적인 관계가 형성돼 있고 시가 배당을 근거로한 배당 투자가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 증시의 경우 기업의 실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은 게 사실. 그러나 지금처럼 반등의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 시기에는 기업의 실적이 상당히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년 대비’보다는 ‘전분기 대비’에 주목〓기업 실적 관련 발표를 보면 대부분 ‘전년 대비 △△% 증가’하는 식으로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비교 대상이 직전 분기가 아니라 전년이나 전년 동기 대비라는 형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동원경제연구소 정동희 연구원은 “99년은 외환 위기로 실물경기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를 본격적으로 탈출하기 시작한 시기”라면서 “기준연도를 99년으로 잡을 경우 당연히 수익증가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선 ‘전분기 대비’ 실적을 살펴야한다는 것.

지난달 발표된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을 살펴보자. 삼성측이 배포한 실적 자료에는 전분기 대비 실적이 안나와있다. 자료에 따르면 세후 순이익은 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해 2·4 분기와 비교하면 증가율은 6% 대로 떨어진다.

▽믿을만한 기업인가〓기업의 실적 발표를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그 기업의 신뢰성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다. 즉 당초 회사측이 예상했던 실적과 실제로 달성한 실적의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실적 전망치를 부풀려 발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 최근 코스닥 시장에 등록한 한 통신업체의 경우 등록 당시에는 올해 경상적자 폭이 10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최근에는 3000억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슬그머니 선회했다.

많은 닷컴기업들도 올해초 전망치에선 3분기에 흑자로 전환하거나 적자가 축소될 것으로 호언장담했지만 3분기에도 여전히 적자 상태를 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정연구원은 “과거 회사가 예상했던 실적과 실제로 나타난 실적 사이의 차이를 감안해 앞으로 그 기업이 발표하는 전망치에 대해서도 가감해서 살펴보는 태도를 가져야한다”고 조언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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