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cience]"동성애, 진화에 기여했을수도"

  • 입력 2000년 10월 29일 18시 47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생태학자 중 한 명인 조앤 러프가든 박사는 2년 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개인적 변신을 감행해 과학계 전체를 놀라게 했다. 원래 조너선 러프가든이라는 이름의 남자로 태어났던 러프가든 박사가 52세 때이던 1998년에 여성으로 변신해서 조앤 러프가든이 되었던 것이다.

러프가든 박사는 “나는 남자처럼 행동하는 법을 영원히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며 “여자보고 남자처럼 살아가라는 것은 물고기에게 하늘을 날아보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너선이던 시절의 러프가든 박사는 공격적이고 경쟁심이 강한 전형적인 남성적 학자로 인식되었었다. 이에 대해 그녀는 공격적인 행동을 흉내내기가 제일 쉬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이 된 후 러프가든 박사는 더 부드럽고 상냥한 사람이 되었으며 예전보다 더 많이 웃게 되었다. 그러나 학계에서 그녀의 지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이론생태학 교수인 테드 케이스 박사는 “나는 온 세계가 해리 포터의 다음 편을 기다리듯이 조앤의 다음 논문을 기다려왔다”고 말할 정도이다.

원래 이론생태학은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생태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러프가든 박사는 현장에서 직접 동물을 관찰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녀는 프린스턴대 출판부에서 출판될 예정인 저서 ‘진화의 무지개’에서 생물학자들이 무지개의 색깔처럼 다양한 자연계의 현상들을 너무 단순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성과 짝짓기 모델에 끼워 맞추려고 헛된 노력을 계속해왔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자웅동체는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기준에는 결코 들어맞지 않지만 자연계에는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다. 양놀래깃과의 바닷물고기의 경우에는 몸집이 큰 암컷들이 나이가 든 다음에 수컷으로 변화해서 암컷들을 거느리기도 한다.

러프가든 박사는 또한 “여러 논문들에 기록된 동성간 구애를 하는 종(種)의 예가 303건”이라면서 이런 행동은 지금까지 변칙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동성간의 교미가 자연계에 너무나 널리 퍼져 있으므로 동성애 행동이 어쩌면 진화와 관련해서 어떤 장점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제는 연구를 할 시점이 됐다고 주장한다.

(http://www.nytimes.com/2000/10/17/science/17ROU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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