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 기관투자가들이 본 국내증시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9시 37분


“매우 저평가됐지만 적극적인 매수는 하지 않겠다. 구조조정 실패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9일부터 20일까지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투자설명회를 갖고 돌아온 LG투자증권 양성호 기업분석1팀장이 전하는 국내증시에 대한 외국 기관투자가들의 시각이다.

그는 뮤추얼펀드나 헤지펀드에 소속된 40여명의 펀드매니저들을 만났으며 그 중에는 1조원이 넘는 대형 뮤추얼펀드의 펀드매니저도 있었다고 전했다.

―어떤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나.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이다. ‘현대건설 쌍용양회 동아건설 등 문제성 있는 대기업들을 결국은 살리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우려를 나타내는 이들이 많았다. 구조조정 요인이 국내변수 중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유가급등세나 미국증시 불안보다 더 절대적인 요인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국내기업의 기업 지배구조나 그룹 리스크에 대한 생각은 어땠나.

“국내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뒀다. 한 펀드매니저는 ‘자기가 직접 전화로 확인할 때는 증자 계획이 없다던 기업이 며칠 후 증자를 단행했다’면서 개탄을 금치 못했다. ‘한국 기업은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흔드는 이도 있었다. ‘아시아에서 한국 주가가 가장 싼 이유는 바로 이같은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와 주주무시경영에서 나왔다’는 얘기를 자주 듣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렇다면 한국시장은 아예 눈밖에 난 것인가.

“아니다. 관심은 여전히 높았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4개시장에서 주가가 가장 싸기 때문이다.”

―미국 쪽 사정은 어떻던가.

“이들은 한국증시보다 오히려 미국시장에 대해서 더 불안해했다. 유동성 압박에 따라 우량기업과 불량기업간 스프레드(가산금리)가 점점 벌어지고 기술주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점을 심각히 우려했다. 미국이 내년중 금리를 인하해 국제유동성이 풍부해져야만 세계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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