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반도 평화위한 '큰 상'

  • 입력 2000년 10월 13일 23시 41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어제 새 천년 첫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반도에 움튼 평화와 민족공존의 새 기운을 국제사회가 환영하며 격려하고 지원한다는 큰 의미가 담겼다. 또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의 민주화와 인권신장에 대한 그의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김대통령 개인의 영광일 뿐만 아니라 나라와 민족의 경사로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다.

노벨상이 제정된 지 꼭 100년이 되는 올해, 그것도 노벨상의 꽃으로 불리는 평화상을 한국인이 타는 것도 자랑스럽다. 식민지배를 당하고 동족전쟁으로 상처받은 데다 군사독재의 질곡을 견디면서도 일심으로 민주주의와 평화를 추구해온 한국인의 자긍심을 한껏 높여주었다.

김대통령은 87년부터 14년 동안 빠짐없이 노벨상 후보에 오른 기록을 가지고 있다. 올해는 2월에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후보에 추천되었다.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 등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과 결실은 이때만 해도 공적사항에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6월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이산가족의 상봉과 군사당국자회담 등 한반도에 빠르게 불기 시작한 평화의 새 기운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흔든 것 같다. 50년간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며 대치하던 민족이 손잡고 화해하며 세계 유일의 냉전지역을 평화의 땅으로 바꾸겠다고 나선 데 대한 격려와 계속적 지원을 평화상에 담아 수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벨위원회가 “김대통령의 민주화투쟁은 물론 대북 포용정책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동북아 평화안정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샀다”고 밝힌 데서도 그 점을 읽을 수 있다. 노벨위원회는 최근 분쟁의 해결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에게 평화상을 줌으로써 그 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지속적 관심을 유도해 왔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문제와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협력과 지지를 끌어낼 수 있게 된 것도 환영할 일이다. 국내에서도 남북문제와 관련해 빚어졌던 불협화와 갈등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려면 김대통령은 남북문제 추진과정에서 제기된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개선할 것은 개선해 초당적 국민적 지지의 바탕 위에서 일을 해나가야 한다.

국내정치에서도 세계의 기대에 부응하는 면모를 보여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지역과 계층, 정파간의 단절과 간극, 즉 남―남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며 이를 해소해 국민통합을 이루는 일이 시급하다.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김대통령은 좀더 열린 마음으로 비판과 반대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면서 민족과 국가의 큰 그림을 그리는 상생의 정치를 펴나가야 할 것이다.

김대통령이 수상소감에서 밝혔듯 “앞으로도 인권과 민주주의, 한반도와 아시아, 세계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기 위해서라도 국내정치의 질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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