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이종우 대우증권 팀장 "경기둔화-나스닥거품 심각"

  • 입력 2000년 10월 11일 18시 57분


“경기둔화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 한 국내증시의 대세반전은 기대할 수 없다.”

대우증권에서 투자전략팀장을 맡고있는 이종우 연구위원(39)의 단언이다. 그는 주가가 연말까지 650선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국내외 경기가 나빠지는데도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500선 밑으로 곤두박질치는 극한적인 상황까지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연초수준에서 40%가량 빠지면서 경기둔화 우려가 이미 상당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진짜 걱정거리는 국내증시가 아니라 미국증시다.

“인텔, 애플 등 잘 나가던 미국 첨단기업들이 실적 악화에 따라 반토막이 나고 있다. 17년간 기업실적 호전 전망이 주가에 과다하게 반영되면서 예고됐던 후유증이다.”

그는 최악의 경우 나스닥지수는 물론 다우지수까지 반토막이 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고까지 했다.

그가 비관론자로 널리 알려진 것은 올 2월초 ‘종합주가지수가 600포인트까지 빠질 수 있다’는 하우스뷰(증권사 공식의견)의 주도하고 대변하면서부터. 당시 상당수 스트래지스트(stragest·투자전략가)들은 1800∼2000선을 낙관했다. ‘1000포인트 수성’ 의견도 보수적인 축에 들 정도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그의 키워드는 경기(景氣).

“경기 정점을 10개월 가량 앞서 알려주는 경기선행지수 등이 99년 3월경에 정점을 형성했다. 통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선 주가 움직임이 경기보다 4개월 정도 앞선다.”

그 다음이 미국 증시. 10년 이상 세계 경제를 주도해온 미국 경제는 불황을 피해온 대가로 거품을 잔뜩 품게 됐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수 600’은 도발이나 다름없었다. 설명회에서 만난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당신이 뭔데 재를 뿌려”하고 나왔다. 프리젠테이션(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펀드매니저들은 하품을 해댔다.

아직 국내에서는 매도추천은 물론 전망조차 금기사항으로 돼있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주가하락이 완연해진 5월부터 달라졌다. 4월 이후 지금까지 프리젠테이션을 83회나 갔다. 사흘에 두 번꼴로 단연 국내증권가 최다 수준.

개인투자자들도 자기가 갖고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냉정한 눈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우선은 당장의 주가에 현혹되지 말고 막연한 기대를 분석에 집어넣지 말아야 합니다. 종목보다는 시장여건에, 증시보다는 경기에 일차적인 관심을 둬야 추세가 잘 보입니다. 상승장이 아니라면 투자를 삼가는 편이 아무래도 낫습니다.”

▽약력〓증권경력 12년. 89년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주식 연구. 93년 대우투자자문에서 펀드매니저로 활약. 연 평균 800∼1000억원을 굴려 시장수익률+5%의 수익률 거둠. 97년부터 대우증권 스트래지스트(투자전략가). 펀드매니저 인기투표 스트래지스트 부문에서 작년 6위, 올해 2위.

▽투자자들에게〓△경기는 모든 것에 선행한다 △시장은 종목보다 우월하다 △작은 시세 변화에 휘둘리지 마라 △투자는 큰 시세가 올 때만.

<이철용기자>lc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