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패션몰…자존심 건 '맵시전쟁'

  • 입력 2000년 9월 21일 19시 01분


《싸고 독특한 옷을 사기위해 동대문으로 갈까, 남대문으로 갈까. 아니면 압구정동으로?

여고 2년생 오수민양(17·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행복한 고민.

예전의 좁고 복작거리는 시장 풍경이 아니다. 백화점 뺨치는 시설, 다양한 디자인을 갖췄으면서도 값은 예전 시장제품처럼 저렴한 패션몰들이 강남과 강북에 새롭게 들어서 N세대를 유혹하고 있다. 90년대말 쇼핑과 놀이를 결합시켜 화려한 패션몰 신화를 일으켰던 동대문 '두타' '밀리오레'에 이어 최근 문을 연 명동의 '밀리오레', 남대문의 '메사'는 "패션1번지로서 명동-남대문의 명예를 회복해 과거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압구정 디자이너크럽'과 '다채'등 강남에 들어서는 대형 패션몰들도 "이제 강남에서도 지역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제품들로 '패션몰의 강남시대'를 열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동대문권

“10명 중 7, 8명이 ‘아이들’이죠. 꼭 옷을 사지 않더라도 놀이동산에서처럼 구경하면서 즐거워들 해요.”

두타 상인들의 말. 90년대 말 대형쇼핑몰 붐을 주도한 동대문 쇼핑몰의 가장 큰 특징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10대를 위한 캐주얼이 주력상품이고 이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댄스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도 끊이지 않는다.

두타는 지하 1층의 영캐주얼 매장인 ‘두체’를 차려놓고 유학파나 대학을 갓 졸업한 신진디자이너와 유명 부티크 출신 디자이너들이 젊은 감각에 맞는 대담한 패션으로 젊은층을 끌고 있다. 동대문 밀리오레도 청소년을 겨냥한 다양하고 저렴한 제품들이 주종을 이룬다.

중간상인 없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유통시스템으로 원가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 가장 큰 판매전략이다. 지하 2층에는 수입명품매장과 스포츠용품매장을 따로 마련해 새로운 손님층을 모으고 있다.

◇명동-남대문권

“여긴 동대문보다 ‘업그레이드’된 곳이에요. 손님들도 10대보다는 20대 중 후반이 많지요. 직장여성이나 주부가 대부분이어서 옷도 동대문보다 점잖아요.”

6월 문을 연 명동 밀리오레 상인들의 얘기다. 동대문과 달리 ‘중저가 패션백화점’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전 매장에 탈의실을 설치하는 등 고객 서비스를 강화했고 품목 다양화를 위해 전자제품 팬시매장도 유치했다.

8월 문을 연 메사는 오래된 남대문시장의 이미지를 깨뜨린다는 차원에서 ‘젊은 패션몰’의 이미지를 내세운 초대형 패션몰.

상인들의 패션교육기관인 ‘패션비즈니스 스쿨’과 10층의 공연 및 이벤트전용 라이브홀인 ‘메사팝콘’을 함께 운영하는 것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강남권

‘백화점 수준의 하이패션을 백화점의 절반가격에 드립니다.’

강남에 잇따라 문을 여는 패션몰들은 강남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세련된 디자인과 품질을 지향한다. 인터넷 쇼핑 등을 도입하는 등 강북패션몰과 차별화 된 전략을 내세우는 것도 특징.

15일 문을 연 압구정 디자이너크럽은 주요 고객층을 10대에서 20대 초반의 강남지역 N세대로 잡고 강남취향에 맞춘 고급 캐주얼의류를 주력상품으로 세웠다. 전 매장의 상품을 인터넷쇼핑몰(www.goodDC.com)에서도 살 수 있게 해 앞서가는 이미지를 연출한다. 30일 삼성동 코엑스몰 내에 오픈하는 다채 역시 영캐주얼이 주력 아이템.

유행의 선두주자라 할 연예인들의 패션을 반영한 ‘연예인존’을 두는 등의 차별화전략을 마련했다. 코엑스몰의 다른 시설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복합패션공간을 지향, ‘아셈족의 놀이터’를 자임하고 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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