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룡의 펀드닥터] 반토막 펀드 손실책임 누가

  • 입력 2000년 9월 19일 19시 01분


주가가 연일 폭락하면서 간접투자상품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주식형펀드의 연초대비 수익률은 평균 마이너스(-) 30%. 심지어 원금이 절반도 채 남지 않은 펀드도 있다.

실망을 넘어 분노한 투자자들은 투신사, 펀드매니저, 정부당국 등 닥치는 대로 항의하는 상황. 도대체 누구의 책임인가.

먼저 증권사 은행 등 펀드 판매자. 이들은 투자자가 평생 열심히 모은 금융자산을 합리적으로 분산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 펀드 판매자의 역할은 운용을 맡은 펀드매니저보다 오히려 더 중요하다. 그러기에 이들이 받는 판매보수는 펀드매니저 운용보수보다 높다.

하지만 상당수의 판매기관들은 낡은 시스템으로 단순히 외형을 늘리는데 혈안이 됐던게 사실. 심지어 애국심에 호소하는 광고까지 동원, 고객을 끌어들였다. 이제부터라도 내 돈이라면… 하는 생각으로 펀드를 권해야 한다.

다음으로 펀드매니저. 주식시장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서도 많은 돈을 끌어들이기에 급급했다. 마치 주가상승이 계속될 것처럼 운용전략을 제시한 것은 애초부터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 기대수익률에 비례해 높은 투자위험을 충분히 강조했어야 했다.

일부 펀드매니저는 자신이 맡은 펀드를 망가뜨려놓고 철새처럼 다른 투신사에 둥지를 틀었고, 그 펀드를 이어받은 새 펀드매니저는 수수방관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부도 책임이 있다. 경제는 탄탄한데 투자자들이 악재에 과민하게 반응한다 는 식의 대응은 먹히지 않는다. 간접투자시장이 장기투자와 내재가치 투자를 지향할 만큼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펀드시장을 이대로 단기투자 일변도로 움직이게 내버려 둔다면 다음번에도 과도한 폭락을 막을 방법은 없다.

억울하지만 투자자에게도 책임은 있다. 자기 책임하에 냉철하게 투자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투자자들은 제대로 간접투자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 귀동냥으로 고수익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고작이다. 신중하게 판매자와 운용자를 선택하는 투자방법과 자산을 배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한국펀드평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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