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 '사업' 일단 정리는 됐지만

  • 입력 2000년 9월 14일 18시 50분


북한 김용순(金容淳)노동당비서의 추석연휴 남한방문으로 한때 정체된 듯했던 남북한의 ‘사업’중 몇 가지가 제 가닥을 잡게 됐다. 그의 방문으로 남북한 경제협력과 이산가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협의 일정이 구체적으로 정해졌다.

특히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제 오후 늦게 나온 남북공동보도문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이산가족의 생사 및 주소확인작업을 이 달 중 시작해 빠른 시일 내 마치기로 했으며 이들 중 생사가 확인된 사람부터 서신을 교환하는 문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문제와 함께 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 면회소 설치 문제 등도 논의할 20일의 금강산 제2차 남북적십자회담이 주목된다.

다만 2차 적십자회담도 1차 때와 마찬가지로 교통이 불편한 금강산에서 하자고 고집한 북측의 속셈이 이산가족 면회소를 판문점이 아닌 금강산에 설치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에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이날 공동보도문은 남북한 국방장관급회담 개최 문제를 ‘현재 논의 중’이라고 했으나 사실은 제3차 장관급회담이 열리기 직전인 26일 ‘언저리’에 제3국에서 열기로 합의를 봤다는 게 통일부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회담은 북측이 마지못해 응하는 듯하다.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군사직통전화 개설, 병력이동 통보와 군사훈련 상호 참관, 남북 군 당국 간 회담의 정례화 문제 등이 무엇보다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에 군사회담의 장소와 시기에 대해 완전한 합의를 보지 못한 것은 북측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납북자와 국군포로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비전향장기수 63명을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조건 없이 북으로 보냈는데 김비서 일행은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문제에 대해 별다른 성의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비서 일행이 추석 전에 불쑥 남한을 방문한 것도 우리가 아는 의전 상식으로는 선뜻 납득이 안된다. 북측이 김비서 일행의 방문을 공식 통보한 것은 방문 이틀전인 9일이어서 우리 실무자들은 준비에 진땀을 뺀 모양이다. 아무리 남북한 사이라 해도 최소한의 예의나 의전절차는 지켜야 한다.

김비서의 이번 전격 방문이 6·15공동선언실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방문과정에서 드러난 북측의 행태, 미흡한 합의 내용, 우리측 일부 인사의 과공(過恭)때문에 “북측에 끌려가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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