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유가 비탈'에 선 경제

  • 입력 2000년 9월 13일 18시 59분


올 겨울은 무척 추울 것 같다. 북반구(北半球)의 겨울 추위가 혹독해지면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세계경제가 오일쇼크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하루에 80만배럴을 증산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 폭등세가 꺾이지 않다가 미국이 비축유 방출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단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했다. 그러나 세계 비축 원유의 50%를 보유한 미국의 비축량이 근래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근본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OPEC 합의에 대한 시장의 회의는 여전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외에는 생산량을 늘릴 여분이 많지 않다.

이번 오일쇼크는 대부분 석유를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과 유럽 국가들에 고통을 안겨줄 것이지만 한국 태국 등 개발도상국이 최대의 피해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들은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대체연료 및 새로운 기술 개발, 그리고 에너지의 효율을 높임으로써 석유의존도를 계속 낮췄다. 이에 비해 철강 조선 등 에너지 집중 산업에 투자한 개발도상국들은 20년전 보다 오일쇼크에 더 취약해졌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증산 의지를 보이면 유가는 쉽게 안정세를 되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 유가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석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고유가의 장기화는 필연적으로 국제수지를 악화시키고 실물경기의 둔화,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가까스로 외환위기의 터널에서 빠져나온 경제가 저성장 고물가의 늪에 빠질 우려도 없지 않다. 유가의 고공 행진이 지속될 경우 배럴당 25∼26달러를 기준으로 세웠던 모든 경제 지표를 수정해야만 할 것이다.

정부 기업 개인 등 모든 경제주체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운동에 나서야 한다. 전체 에너지의 60%를 소비하는 기업들은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절약형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에너지 절약형 시설 및 기술 투자를 늘리지 않는 기업들은 고유가 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

탄력세율을 적용해 기업 생산과 서민생활에 미치는 유가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으나 그것은 당분간 고통을 덜어주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오히려 국제유가에 따라 국내 유가를 오르게 함으로써 기업과 소비자들이 스스로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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