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欲速不達(욕속부달)

  • 입력 2000년 9월 1일 18시 06분


壇-제터 단 紫-자줏빛 자 聖-성인 성

寵-사랑할 총 忍-참을 인 耐-견딜 내

1992년 韓中修交(한중수교) 이후 중국을 찾는 우리나라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래서인지 넓디넓은 중국 땅에서도 웬만한 名勝地(명승지)에 가보면 우리나라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北京 시내에 위치한 名所중에 天壇(천단·티엔 탄)이 있다. 明나라와 淸나라 때 天子가 주기적으로 하늘에 祭祀(제사)를 지냈던 곳인 만큼 外觀(외관)도 하늘의 모습을 상징하여 거대한 둥근 원형으로 지은 것이 특징이다. 옛날에는 王宮이었던 紫禁城(자금성)과 함께 聖域(성역)중의 하나로 꼽혔던 곳이다.

이곳을 관람하고 後門으로 빠져 나오면 곧바로 좌우에 빽빽이 들어선 기념품 상점들과 만나게 되는데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어색한 글씨체의 한글 팻말과 역시 어색한 한국말이다. “빠리! 빠리!”“싸요! 싸요!”

한국인의 底力(?)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렇지 않아도 慢慢的(만만적·만만디)’이라고 하여 우리 눈에는 느려빠진 중국사람들이 성에 차질 않는 판에 식당에서 요리를 시켜놓고 기다린다는 것은 여간 苦役(고역)이 아니다. 그래서 주문하자마자 “빠리! 빠리!”를 외쳐댄다.

孔子의 門下는 3000명의 제자로 가득 찼는데 그러다 보니 희한한 제자들도 있었다. 효행으로 이름높은 曾子(증자), 理財(이재)에 뛰어났던 子貢(자공), 문둥병 환자 염伯牛(염백우), 공자에게 몰인정하다고 낙인찍힌 宰予(재여)도 있었다.

首弟子(수제자) 중 한 사람인 子夏(자하)도 있다. 공자가 보기에 그릇이 그다지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文學에 뛰어난 자질을 보여 그런대로 寵愛(총애)할 만했던 제자다. 그가 거父(거보·魯의 조그만 邑名)라는 곳의 長으로 부임하게 되자 스승을 찾아갔다. 이 기회에 政治의 道理에 대해 한수 지도를 받기 위해서였다.

묵묵히 궁리한 끝에 孔子는 단 두 가지를 주문했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작은 이익을 꾀하지 말라(無欲速, 無見小利)’

서두르면 도리어 이르지 못하고 작은 이익에 집착하다 보면 큰 일을 이룰 수 없느니라(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

論語에 보인다. 무엇이든 빨리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우리들, 음미해 볼만한 말인 것 같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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