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인터뷰]희망을 가지고 온 뮤지션, 김동률

  • 입력 2000년 8월 27일 20시 23분


▶ 그의 이름 석 자에 '믿음'이라는 두 글자를 새기다.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뮤지션일수록 '매너리즘'이라는 무시무시한 괴물과 싸워야 한다. 틀에 박힌 것 같은 기교나 표현들로 인해 그렇고 그런 음악을 만들어내는 뮤지션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만들어내는 음악에 대한 책임감과 더불어 새로운 모습으로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켜야 된다. '변한다는 것'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일일 수도 있고, 겁이 나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발전적으로 변해 가는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선물보다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다.

근 2년만에 새로운 앨범과 함께 나타난 김동률은 그 동안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변해 있었다. 그의 유학생활이 그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하지만 그는 이제 음악에 대한 진정한 맛을 알아 가는 것은 아닐지.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전의 김동률에서 조금 더 나은 김동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리고 지금까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있는 '전람회의 김동률'보다는 '김동률'이라는 뮤지션의 이름으로 기억되기 위해.

미국 보스턴에서 홀로 공부하고 음악작업을 해, 얼굴이 핼쓱해지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은 잠시, 오랜만에 나타난 그의 얼굴은 미국 생활을 아주 잘 적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8월 한 달 동안 2집 앨범의 홍보차 잠시 돌아온 김동률은 이전보다 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과 다른 이들이 자신의 새로운 음악을 듣고 나타낼 수많은 표정들을 기대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새로운 앨범과 미국 생활의 얘기들을 풀어놓으면서 그 동안 자신이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하나 하나 조용하게 그의 낮은 목소리로 풀어놓기 시작했다.

Q)튜브뮤직 여러분에게 인사

김동률) 안녕하세요. 김동률입니다. 오랜만이죠. 반갑습니다.

Q)2집 [희망] 앨범과 수록곡 소개

김동률) 이번 앨범의 제목은 희망입니다. 원래는 '체념'으로 하려다가 반전을 해서 '희망'으로..의미는 살아가면서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 처해도 사람이 희망을 갖지 않으면 참 힘든 것 같아요. 사실은 앨범이 많이 가갔으면 하는 희망에서..(웃음) 예전 스타일과 많이 달라요...제가 많이 바꿨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나이를 먹었다는 것, 외국에서 공부를 하니까..음악이 자기가 표현하는 일기와 같은 거잖아요. 평소에 느끼는 것들을 반영하기 때문에 음악이 많이 바뀐 것이라고 생각..타이틀곡은 '벽'이란 듀엣곡인데...양파양과...제가 열심히 밥도 해 먹이고, 꼬셔 가지고..굉장히 잘 불러주셔서 감사드리구요..팝 발라드구요..'기적'보다는 어렵다고 느낄 지 모르겠지만 판단은 여러분들이...

Q)[희망]이란 타이틀을 지은 이유

김동률) 일단 동명의 곡이 있구요..맨 마지막에 실린 곡이예요. 사랑얘기에요. 사실은 제목이 반어거든요..없다라고 노래하지만 제목은 '희망'이에요. 제가 살고 있는 모습들..뿌옇게...무엇인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희망이라는 것을 생각나게 하지 않았나...

Q)'염원'에서 국악과의 접목을 시도했다. 국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이유는?

김동률) 아이러니컬한 일인데..외국에 나가니까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특히 서양사람들과 음악을 하잖아요...과연 내가 그들과 다르게 보여줄 수 있는 Originality, 찾다보니까 원점으로 돌아온 것 같아요..외국에 나가있다는 이유가 저를 우리 것, 나를 돌아보게 하는 동기를 부여...'염원','윤회','님' 이런 곡들을 외국사람들에게 들려줬을 때 관심을 가지고 신기해하고 좋아하더라구요. 나만의 음악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Q)국악의 매력

김동률)'한(限)'인 것 같아요. 영어로도 번역이 어렵거든요..하지만 음악은 그런 것들을 전달해 줄 수 있는 것 같아요..아무리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설명을 한다고 해도 몰라요...하지만 음악을 들려주면 뭔지 알 것 같다는 말을 하거든요..그런 점들이 제가 동양적인 음악에 매료되는 것 같아요.

Q)김동률이 변한 이유?

김동률) 저의 의지도 없다고 말할 수 없어요..저번 솔로앨범을 만들 때도 매너리즘에 빠질까봐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꾸며서 음악을 한 것은 아니고...제가 변했기 때문에 저의 음악이 변하지 않았나..자연스러운 것 같다고 믿어요....외국에 있었다는 영향, 음악을 배우고 있는 것이 영향이 큰 것 같아요...그리고 결정적인 이유는 나이를 먹기 때문이다...(웃음)

Q)주변사람들의 반응

김동률) 미국에 떨어져있다 보니까 모니터링을 할 시간도 없었고..그렇지만 내 음악을 그대로 받아주지 않을까..제가 나갈 방향에 대해서는 서동욱씨나 이적씨나 터치하지 않는 나만의 고유영역인 것 같아요.

Q)2집을 작업하면서 힘들거나 기억에 남는 일

김동률) 가장 힘든 점은 녹음했을 때, 사고가 너무 많았어요. 기계적인 문제, 이유를 알 수 없는..다 복구를 못했어요. 그래서 가슴 아프거든요..나름대로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였는데..저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사고...학교 다니면서 음악 하는 것도 물론 힘들었죠..학교를 소홀히 안 다니려고 노력...여러분의 기대가 부담이 되었던 것 같아요. 1년 공부한다고 음악의 천재가 되는 것은 아닌데....부담이 되었던 거...

Q)2집 작업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이 났던 사람

김동률) 신해철씨가 같이 도와주셨으니까 그런 공백들을 제외하고...음악 동료들 생각..없으니까 고마움을 알겠더라구요..예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많이 도와줬더라구요..윤상씨, 이적씨, 서동욱씨와 처음부터 얘길했더라면 저의 실수들을 저지르지 않았었을 텐데.. 홈페이지(www.kimdongryul.com)오픈하기 전까지는 팬 여러분과의 접촉과도 끊어진 상태라...홈페이지 오픈하고 많은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Q)현재 버클리에서 유학 중인데 공부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면

김동률)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공부는 음악의 관련된 교양...화성, 피아노 연주, Arrange..기초적인 것들...1년 학교 다녔으니까..기초를 많이 배웠어요. 한국 들어오기 직전에 전공을 영화음악으로 정했어요. 이유는 영화음악을 하고 싶은 것도 있고, 그것을 전공으로 했을 때 들을 수 있는 과목들이 많거든요..학교를 갔을 때...정말 난 공부를 안 했구나..자기 직업을 공부 없이 연구 없이 해 왔던가..가서 보니까 태어날 때부터 피부터 다른 애들이 자질도 뛰어나고, 노력도 많이 하고. 처음에는 자괴감에 견디기 힘들었는데..굉장히 새로웠고..나를 돌아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갖게 해줬던 것 같아요....

Q)한국은 언제 돌아올 예정인지

김동률) 몰라요..저는 공부 오래 하고 싶어요. 지금 계획은 졸업은 3-4년, 한국에서 활동할 여건이 된다면 아주 들어와서 영화음악가라던지...더 공부를 하고 싶어요.

그는 영화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가수와 영화음악가. 어찌 보면 가수와는 달리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 직업이다. 하지만 그들이 영화 안에서 쏟아내는 음악들은 영화의 감동을 배가 되게 하고, 영화를 빛나게 만든다. 그래서 음악을 한다 하는 가수들의 마지막 꿈이 영화음악가인지 모른다. 이번 앨범에서 그가 보여준 그의 음악들이 어느 영화나 뮤지컬의 한 장면에 쓰임직한 노래들로 채워져 있는 것을 보면 이른 감이 있지만 그가 언젠가 하게 될 영화음악에 대한 기대가 된다.

Q)어떤 영화음악을 하고 싶은지?

김동률) 'English Patient'처럼 감동이 있고..영상이 잔잔하고 스토리도 잔잔한데..음악이 있는 듯 없는 듯...영화를 도와줄 수 있는...그런 음악

Q)영화음악가가 되고 싶은 이유

김동률) 영화를 좋아하고, 연기를 잘 했다면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영화를 정말 좋아해요..매력적인 장르..영화의 한 부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음악이니까....노래라는 형식이 주는 한계가 싫증이 났어요. 노래는 일정한 형식이 있어야 되잖아요..연주곡은 한계를 넘어서니까...스토리나 다른 예술 작품과 접목이 되는 것...공동작업이 주는 동경....

Q)혼자 사는 남자의 외로움

김동률) 늘 외로워요...미국이라서 친구들 못 보니까..괜찮은 것 같아요...많은 분들이 5년만 살아봐라....아직까지는 꿋꿋이 잘 견디고 있습니다.

Q) 잘하는 요리가 있다면

김동률) 미역국..제일 빨리 준비할 수 있으니까...영양도 좋고, 김치찌개..1주일 내내 먹을 수 있으니까...빵이나 서양음식보다는 한식을 고집.. 주말이나 특별한 날, 방학은 준비해서 먹고...

Q)외국 친구들이 요리를 먹어보고 뭐라고 말을 했나?

김동률) 좋아하죠..음..미국인에게는 기회가 없었고...남미쪽이나 멕시칸 사람들은 잘 먹어요...미역국을 좋아하고..일본 친구들은 물론 좋아하고...

그가 제일 좋아하고 사랑하는 악기, 피아노

이 세상 소리를 내는 악기 중 가장 화려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소리를 가진 피아노는 그에게 가장 친구가 되었다. 피아노가 없이는 금단 현상에 걸릴 정도로. 네 살인가 다섯 살 겨울이 되던 무렵, 어머니와 함께 간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 그는 피아노와 인연을 맺었다. 그 인연은 그와 피아노를 질긴 끈으로 엮어 놓았고 피아노를 향한 애정은 누구보다 각별했다.

Q)김동률과 피아노

김동률) 피아노는 저에게는 평생 친구죠...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그렇지만 친구라고 해서 좋은 친구만은 아니에요...지금처럼 피아노를 연습해야 되는 상황은 미울 때도 있죠..피아노는 누구나 똑같은 음이 나잖아요..어떻게 치느냐에 따라서 '도'가 다른 '도'의 소리가 나거든요...어떻게 보면 피아노가 제일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라는 생각이 들어요...자기가 표현할 게 가장 많은 악기라고 생각....매력적인 악기....혼자서도 완벽한 연주가 되기에....피아노가 없으면 굉장히 불안해요...피아노를 보스턴으로 옮겨놔서 집에 피아노가 없어요....그래서 정원영씨 작업실 가서 피아노를 치고 왔는데...평생을 괴롭게, 즐겁게..위로도 해주면서 평생 친구가 되지 않을까....

Q)좋아하는 피아노 곡이 있다면?

김동률) Bill Evans의 앨범 중에 'my foolish heart' 제가 그걸로 첫 학기 때 시험을 봤어요. 그래서 천 번은 쳤을 텐데...그 곡이 애착이 가요...제 노래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좋아하실 거예요.

Q)요즘 즐겨 듣는 음악과 추천앨범

김동률) 요즘에는 앨범을 들을 시간이 없었어요...학교 다닐 때는 재즈를 들어야 했구요.. 윤상씨 앨범...몇 안 되는 저를 실망시키지 않는 뮤지션...부러워요...

Q)www.kimdongryul.com소개

김동률) 일단 주소는 www.kindongryul.com구요...홈페이지를 만든 동기는 보다 여러분과 저와 사이의 간격을 좁히려고....참 좋은 것 같아요...거리의 문제도 해결을 해주고....그래서 굉장히 애착이 가고 제가 직접 관리를 하고자 노력을 하거든요..글도 다 보고..제가 직접 쓴 글도 많이 있어요..솔직하게 창피할 수도 있는 글이지만..여러분이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구요..사실..가수에게 환상을 가지게 되거든요..때로는 가수도 똑같은 사람이다! 라는 것을 알아줬으면....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Q)앞으로 계획

김동률) 짧은 시간이 되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여러분들을 만날 계획을 가지고 있거든요. 지켜봐주시구요..어떤 형식으로이든지 음악으로 여러분들 곁에 있을 겁니다. 성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보스턴에 돌아가서도 나라의 이름을 걸고....여러분들의 힘이 커요...정말 감사드리구요..음악으로 보답드릴께요..

'음악으로 보답한다'는 그의 마지막 말은 얼마나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말인지. 각기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음악 하나만으로 만족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잘 알고 있으나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이들은 그를 믿고 있다. 굳건한 믿음으로.

그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앞에 나올 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 그가 가수의 모습이든지, 영화음악가의 모습이던지, 그는 계속 자신만의 음악을 하면서 사람들의 믿음을 져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김동률이라는 그의 이름은 석자는 '믿음'이라는 단어와 함께 당당히 빛을 발할 것이다.

송수연 love41@tubemusic.com

기사제공 : 튜브뮤직 www.tubem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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