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양주를 보면 株價가 보인다"

  • 입력 2000년 8월 2일 19시 01분


하이스코트 진로발렌타인스 두산시그램 등 국내 양주 3사가 96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판매한 월별 위스키 판매량을 종합주가지수와 비교 분석해보면 이 같은 사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월 평균 종합주가 지수가 700∼900선을 넘나들고 사회 전반적으로 과소비 풍조가 만연했던 96년의 양주 판매량은 700㎖짜리 6병들이 상자를 기준으로 1월 46만9000상자, 2월 49만2000상자, 3월 46만5000상자 등 연초부터 강세가 지속됐다.

특히 12월에는 통상적인 연말 특수 물량을 훨씬 웃도는 70만1000상자가 판매됐고 이듬해인 97년1월에도 61만7000상자가 판매돼 호황을 이어갔다.

97년에도 비슷한 추세로 판매되던 고급 위스키는 11월 터진 외환위기로 ‘된서리’를 맞게 된다. 아직 외환위기 ‘한파’가 뼛속 깊이 느껴지기 이전인 97년12월에는 70만2000상자가 판매됐지만 98년1월에는 최근 5년간 최저 수준인 19만3000상자로 판매량이 3분의1 이상 줄어든 것. 종합주가지수도 97년 12월 평균 393에서 98년 1월 385로 바닥권을 헤매던 시점이다.

98년 한해는 양주 제조사들에는 혹독한 시련의 해로 기록된다. 종합주가지수가 300∼500선을 넘나들며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양주판매량이 20만상자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

종합주가지수가 500선을 넘고 연말에 999포인트까지 상승했던 99년으로 접어들면서 위스키 시장은 다시 ‘봄날’을 맞았다. 물론 소비가 급속히 늘지는 않았지만 8월 42만3000상자로 ‘40만상자’벽을 돌파한 데 이어 9월 40만8000상자, 11월 40만6000상자 등 상승세가 이어졌다.

양주 판매량은 종합주가지수 평균이 1059를 기록했던 올 1월 48만7000상자가 판매됐으며 전통적인 비수기인 2월에도 36만5000상자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제조사들은 프리미엄급(12년산)보다 한 단계 위인 슈퍼프리미엄급(15년산 이상) 위스키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3월 이후 초강세를 이어가던 양주 판매량은 주식 시장 침체와 맞물려 서서히 영향권에 접어들고 있는 추세. 3월(46만6000상자) 5월(44만5000상자) 6월(40만2000상자)로 소폭이긴 하지만 판매량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시그램 관계자는 “위스키 시장에서 올 봄부터 시작된 벤처 위기와 주식시장 침체 등의 영향이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하반기 양주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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