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거리]신감각 문화공간 잇달아 개관…30대 주부 몰려

  • 입력 2000년 7월 24일 18시 31분


“인사동이 더 이상 ‘옛날 인사동’이 아니에요.”

고풍스러운 고미술과 골동품으로 가득한 서울 종로구 인사동. 최근 젊은 감각의 대형복합문화공간이 잇달아 생기면서 30대 주부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가나아트가 5월 문을 연 인사아트센터엔 소소하지만 향기로운 일상을 꾸며주는 생활용품점 가나아트숍(02―734―1020)과 공예전문유통관 ‘점’(店·02―733―9042)이 1층과 4층에 자리잡았다.

패션소품전문점 엘갤러리(02―722―5882)가 비슷한 시기에 탄생했고 지난해말 개관한 패션업체 쌈지의 구두점 니마(02―722―8857)가 인사동의 분위기를 바꿔놓는 데 일조하고 있다.

또 전통한식음식점 외에 갤러리음식점 ‘아트사이드’, 스파게티집 ‘뽀모도로’ ‘일마레’ 등이 속속 들어섰다.

◇백화점과 전문점

“똑같이 공예품이 전시됐는데도 분위기가 전혀 다르네요. 다양한 공예품이 진열된 1층 가나아트숍이 화려한 백화점이라면 작가의 손맛이 좀더 잘 드러난 4층 공예전문유통관 ‘점’은 조용한 전문점이라고 할까….”

초등학생 딸과 인사아트센터에 들렀다는 주부 이경희씨(38·마포구 성산동)의 말.

개관전 ‘2020―미리 보는 공예의 꿈’이 열리고 있는 ‘점’은 조용하게 작품을 감상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 큐레이터 전영임씨는 “처음 작품을 훑어본 뒤 다시 와 사가는 주부들이 많다”며 “여유와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주부들의 일상에 공예품이 파고들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이수씨의 손으로 만든 신발(2만3000∼2만8000원)과 권재환씨의 화병(3만∼3만5000원), 이인숙씨의 주전자오브제(8만∼20만원), 이윤신씨의 그릇세트(볼 8만5000원, 접시 3만5000원)가 인기.

가나아트숍에선 2000원짜리 연필에서부터 35만원짜리 한진섭씨의 브론즈시계까지 전시 판매되는데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부엌옆 미술관'만들기

인사동을 찾아보는 것만으론 허전하다면 부엌 옆에 인사동을 옮겨놓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주부들을 위해 가나아트는 지난해말부터 ‘부엌옆 미술관’프로그램을 마련해두었다.

비용은 150만원. 돈을 내면 1년 동안 이 돈의 110%에 상당하는 판화나 조각을 집에 가져다 걸 수 있다. 두 번까지는 다른 작품으로 바꿔 볼 수 있고 1년 후엔 그 작품을 소장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의 대표작가 50여명의 작품을 가나공방 등을 통해 찍은 판화가 대부분. 주부들은 화려한 판화나 조각을 선호한다고. 02―734―8621

공예품을 내 손으로 만들어볼 수도 있다. 한국공예문화진흥원은 27일∼8월10일 인사아트센터 5층에서 여름공예교실을 연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상차림 인테리어 전통장신구 등 이론강좌와 스카프 만들기 완초공예 물레작업 등 실기강좌가 열린다. 수강료는 이론 5000원, 실기 1만원. 02―733―9040

◇장인정신을 팔아요

“인사동은 원래 고서적 전문점과 골동품점 외에 ‘공방’이라고 해서 작가의 숨결과 고집스러운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았어요. 상업주의 물결에 많이 바랬지만 그래도 인사동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하는 공방들이 여럿 있습니다.”

인사동 ‘빠꼼이’인 김연희 엘갤러리실장의 말. 엘갤러리에선 손으로 만든 가방 스카프 목걸이 등 패션소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아원공방(02―734―3482)엔 유독 꽃과 새 문양의 금속공예품이 많다.

풍경갤러리(02―723―3375)에선 동승(童僧) 원성스님의 그림이 깨끗하게 수놓인 하얀 손수건이나 달력을 살 수 있다.

‘우리세계’(02―725―1216)는 전통기법으로 만든 가방과 부채 등을 팔고 있는데 13세 이하 초등학생은 반기지 않으니 유념해야 할 듯.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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