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최민/국제영화제를 국가전략사업으로

  • 입력 2000년 7월 12일 18시 55분


한국에는 현재 부산국제영화제,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그리고 전주국제영화제 등 3개의 국제영화제가 있다. 이 작은 땅덩이에 국제영화제가 3개씩이라니 너무 많지 않느냐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이는 영화제가 갖는 문화적, 교육적, 산업적 의의를 충분히 살펴보지 않은데서 오는 오해다. 정직한 것은 관객이다. 영화 및 영상에 대한 우리사회의 뒤늦은, 그러나 나날이 커가는 비상한 관심은 국제영화제마다 모여드는 젊은이들의 열광에 의해서 증명된다.

올해 처음 열렸던 전주국제영화제가 표방한 것은 대안영화의 축제였다. 행사를 조직하고 준비하는 측에서는 ‘대안영화’라는 개념 자체가 일반대중이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을까 염려했다.

즉 일반극장가와 비디오시장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주류 상업영화’가 아닌 보다 독립적인 정신으로 제작됐고 영화예술의 보다 폭넓은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탐색하는 최근 영화들을 선정해 보여 준다는 목표 자체가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주 극장가는 전국에서 모여든 젊은이들로 일주일 내내 붐볐다. 대중이 보기에 아주 재미없을 것이라는 영화를 상영하는 곳에도 많은 관객이 모였다. 이렇게 관객을 모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부산 부천에 이어 전주에서 새로 열린 국제영화제도 성공했고 그 앞날도 밝다.

이들 영화제는 해마다 20억원 가량의 예산으로 운영된다. 많은 돈 같지만 행사의 의의를 생각하면 절대 많은 돈이 아니다. 영화제란 국제 문화예술행사 가운데 비용은 적지만 효과는 대단히 큰 행사다.

물론 영화매체의 대중적 특성 때문이다. 전세계 각국에서 제작된 100∼200편의 영화가 1주일 내지 열흘 남짓한 기간에 한 도시에서 상영된다는 것은 그 도시 사람은 물론이고 새로운 영화를 갈망하는 전국의 수많은 관객을 위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국제영화제가 한국에 하나만 있으면 족하지 않느냐는 생각은 한 나라에 큰 도시는 수도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처럼 단순한 사고다. 하나의 국제영화제로서는 전세계 영화의 다양한 경향을 망라할 수 없다.

한 해 국내에서 열리는 3개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장편 단편 모두 합쳐 500편 정도다.

그러나 이 영화 중 국내 극장에서 상영되거나 비디오로 출시돼 볼 수 있는 것은 몇 편 안된다. 미국영화가 지배하는 국제영화시장의 유통경로에서는 제외됐지만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각국 영화들을 볼 수 있는 특권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이 국제영화제들이다.

인터넷으로 그런 영화를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물을 사람도 있겠지만 인터넷을 통한 영화관람은 아직 주변적 현상에 불과하다. 인터넷에 많은 영화가 올라있는 것도 아니다.

영상산업 진흥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여러 가지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보다 많은 영화관객의 확보 없이는 효과를 볼 수 없다.

영화산업체제가 기본적으로 국가별 단위로 조직돼 있기 때문에 영화관람인구가 적은 국가는 경쟁력에서 필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제영화제는 영화마니아들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새로운 관객을 찾아내고 확보하기 위한 국가전략적 사업으로 봐야 한다. 요즈음 한국 영화산업의 희망적 조짐도 대학생 중심의 새로운 영화관객이 형성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 새로운 영화관객이 대학생과 젊은 여성층 중심으로 한정되는 것도 문제다. 다양한 연령층에서 잠재적인 영화관객이 계속 개발돼야 한다. 그래야 한 사회의 영화적 취향이 관람 차원에서나, 제작 차원에서나 다양하게 꽃필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새로운 영화를 골라 상영하고 이를 만든 감독과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을 초청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은 미래의 영화인과 영화관객을 기르기 위한 교육적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산업적인 차원에서도 필수적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국제영화제가 한 두개 더 만들어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특성을 각각 달리하면서 역할을 분담해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국제영화제의 타당성을 판가름하는 것은 관객이기 때문이다.

최민<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