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홍사종/메트로面 소시민 삶도 담길

  • 입력 2000년 6월 30일 19시 28분


금주부터 읽고 싶고 보기 쉬운 신문, 사람의 숨결이 느껴지는 신문을 지향하는 지면혁신을 시도한 동아일보가 새로워졌다는 것은 보통 독자들도 피부로 느끼는 사안이다. 형식면에서 볼 때 예전에 한번 시도했다가 다시 포장만 바꿔 섹션화를 시도해 본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눈에 띈다.

특히 A섹션 메트로 지면은 브리핑식 행정기사 위주에서 도시민의 생활과 삶의 가치로 그 비중을 대폭 바꾸어 냈다는 의미에서 타일간지와도 확연하게 구별되는 변화다. ‘초고층 국내 사이버 아파트의 @주부의 삶’ ‘땅밑 환상여행 코엑스 몰 여행’ ‘강남 라이프 스타일 매장의 퓨전 양식’ ‘첨단 @우먼’ ‘초중고생 어학연수’ ‘해외 여행철 국내 면세점 가이드’ ‘귀족좌석버스 12번’ ‘서울벤처밸리 푸드코너 붐’ 이야기 등은 동아일보가 변화하는 도시민의 삶과 정보를 다양한 시각에서 제공함으로써 독자층의 폭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수도권 사회면으로 불렸던 그 동안의 위 지면의 특징이 건조한 일방향성 기사중심이었다면 인간 중심의 정보 네트워크를 중시한 쌍방향성 기사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변화로 여겨진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에 더 주목해 볼 일이지만 지금까지의 메트로면의 매머드 기획기사의 특징은 도시의 명(明)의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한 느낌을 주고 있다.

메트로라는 거대 도시 속의 사람의 삶은 명(明)과 암(暗)이 공존한다. 빛이 강하면 그에 못지않게 그늘의 영역도 넓어지기 마련이다. ‘사이버 아파트’, ‘강남 부유층의 삶 속에 비쳐진 라이프 스타일’, ‘초중고생의 어학연수’, ‘ 해외여행철의 면세점 가이드’ 등의 이야기는 도시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시민의 삶 속에서는 위화감 아니면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소시민의 삶 속에 피어나는 생활 속의 지혜와 감동의 이야기가 메트로의 구석구석 빈 곳을 채워준다면 동아일보만의 더욱 내실있는 지면으로 발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6월 29일자 A1면 ‘유해식품업자 배짱 제조 판매’ 기사는 더 큰 사회적 파장의 예방적 측면에서 중요성을 잘 지적한 부분이다. 시중 일간지가 ‘서울경찰청 두부 제조 과정에서 오염 지하수 사용업체 17개 적발’이라는 단순 사실 보도로 지나쳐 버린 기사를 큰 사회의 문제점으로 예고해 낸 것은 식품사범의 행태가 궁극적으로 미필적 고의의 살인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음을 처벌 법규의 미흡함을 들어 시의적절하게 지적한 것이다.

불량식품의 생산으로 회사가 망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선진국 사례 등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아주 작은 것으로부터 사회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예방적 대안의 제시라는 점에서 과감한 편집으로 A1면에 끌어낸 것은 평가해 볼 만하다.

이제 지면의 변화는 시작됐다. 문제는 지금부터 변화된 용기(容器)에 담긴 질 콘텐츠가 아닐까 한다.

홍사종(숙명여대 교수·문화관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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